기관 일부로 분류되는 연기금은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을 고수했고, 외국인투자자는 ‘정’을 더 사들였다. 개인들은 급락하는 IT주를 받아내는 ‘폭발물 처리반’ 신세가 됐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천585억원 어치를 사들인 기관은 내수주를 주로 사들였다.
이 기간에 POSCO(2천595억원), NHN(2천100억원), 롯데쇼핑(1천372억원), 엔씨소프트(1천101억원), CJ제일제당(957억원) 주식이 집중 매수 대상이었다.
특히 18일에는 IT 종목을 무더기로 내던지고, 내수주로 피신했다. 이 때문에 IT주가 급락하고 내수주는 급등했다.
대장 IT주인 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기관 순매도 1,2위에 올랐다. 각각 5.72%, 12.24% 급락했다. 순매수 1~4위인 NHN(7.02%), SK텔레콤(6.48%), 삼성물산(2.04%), KT(6.16%)는 크게 올랐다. 모두 내수주였다.
한 증권사 주식 딜러는 “IT주에서 내수주로 이동하는 조짐은 지난달부터 감지됐다. 선진국 경기 둔화와 IT 경제 위축 우려에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등 악재까지 겹친 탓에 IT주에서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재외상황을 보면 희망이 보이지 않고 자문사들이 ‘차화정’의 수급을 비정상적으로 만든 부분이 있어 이마트나 현대백화점, 엔씨소프트, 에스엠, 각종 게임주 등으로 피신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IT주의 급락으로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이 LG디스플레이를 웃도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김영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주가지수의 급락 이후 IT주를 줄이고 내수주를 늘리는 포트폴리오 조정은 트렌드다. 그동안 IT·제조업에 편중됐던 포트폴리오가 조정되고서 내수주에 매기가 쏠렸다”고 말했다.
기관 중 연기금은 여전히 ‘차화정’을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기아차 주식을 1천278억원, LG화학 주식을 1천240억원 각각 순매수했다. 현대중공업(1천387억원)을 제외하면 매수 금액이 가장 크다.
연기금은 SK이노베이션(549억원), S-Oil(439억원) 등 정유주도 많이 사들였다.
현대모비스(1천191억원), 금호석유(409억원), OCI(391억원) 등을 포함하면 ‘차화정’ 선호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달 연기금의 총 순매수액 2조2천억원 중 ‘차화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 25%로 추정된다.
국민연금기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연기금은 이달 조정장에서 지수 급락 때마다 순매수 규모를 늘려 악화한 수급상황을 안정시켰다.
국민연금은 패닉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 9일 투자위원회를 급히 열어 이달 배정된 투자한도를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다른 투자전략을 폈다. ‘차화’는 팔고 ‘정’은 더 사들인 것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기아차(-3천799억원), 현대차(-1천584억원) 등 자동차주와 LG화학(-1천216억원), 한화케미칼(-932억원) 등 화학주를 집중해서 팔았다. GS(779억원), SK이노베이션(236억원) 등 정유주는 매수했다.
개인은 삼성전자(3천975억원), LG전자(2천134억원), 하이닉스(2천116억원) 등 조정폭이 유독 큰 IT주를 주로 매수했다. 기관들이 던진 ‘IT 폭탄’을 무더기로 떠안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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