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이 소장한 이층책장(二層冊欌), 18세기, 102x41x85(h)cm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조선조 목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기막히게 어정쩡한 작품성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언제까지나 위로나 아래로가 중간에서 편안하게 겨루고 있지 않은가. 이루려는 의지와 사그라지려는 체념의 양면성이 어울려있는 셈이다”(18세기에 제작된 이층책장을 내놓은 이우환)
"아버지께선 키가 크시기 때문에 버스나 전화는 마다하시고 항상 걸어 다니셨습니다. 시내에서 가회동으로 삼청동 고개를 넘고 산을 넘어 성북동 집으로 통하는 길이 있었습니다. 탁자같이 위험하고 부피가 있는 물건은 손수 어깨에 짊어지고 이 산길로 걸어서 운반하셨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는 그 당시 무겁다는 생각은 추호도 느끼지 않으시고 오직 즐거움으로 가득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김환기가 소장했던 19세기 이층사방탁를 선보인 차녀 김금자씨)
조선시대 목가구를 가까이 두고 아꼈던 것으로 유명한 김환기, 장욱진, 서세옥, 이우환, 송영방, 김종학화백이 사랑한 목가구들이 한자리에 선보인다.
소박하면서 단아한 자태를 풍기는 손때 묻은 가구들은 세월의 더께마저 반질반질 작품으로 빛나게한다.
올해 개관 7주년을 맞은 두가헌 갤러리는 26일부터 조선시대 목가구의 현대성과 예술성을 살펴보는 ‘화가가 애호하는 조선시대 목가구’전을 두가헌 갤러리와 갤러리 현대 본관에서 연다.
화가들의 소장품 외에도 사랑방, 안방, 주방 등에서 사용된 다양한 형태의 목가구 등 60여 점이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송영방이 소장한 연상(硯床), 19세기, 24x39x25(h)cm |
19세기 벼루집을 내놓은 한국화가 송영방화백은 "선비의 손때가 묻은 벼루집은 그래서 더욱 귀중하고 아름답다" 며 "이 벼루집도 아마 멋과 운치를 아는 선비가 샀던 것이라 여기고 어루만져 세월의 때를 느끼며 내 곁에서 같이 지낸다"고 말했다.
애연가로 알려진 장욱진이 애지중지했던 지름 31㎝, 높이 5㎝의 대형 목각 재떨이도 나와 그때 그시절로 추억하게 한다.
"이 재떨이는 김형국 선생이 선물하신 것인데 아버지께서 건강하실 때에는 이 재떨이를 마루 위로, 마당 멍석 위로 왔다 갔다 늘 끼고 다니셔서 재떨이를 보고 아버지의 행동 반경을 알 정도였다. 언젠가는 어머니께서 과일을 깎으시고 껍질을 그곳에 놓으시니 아버지께서 얼른 치우신다. 재떨이 나무가 건조해져서 서걱서걱해지면 기름을 칠해서 손질을 하신다. 그만큼 아끼셨던 재떨이다." 장경수(장욱진 화백 장녀)
장욱진이 소장했던 재떨이, 19세기, 지름 31x5(h)cm |
전시 기간인 9월2일 오후 2시30분에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지낸 용인대 박영규 교수의 조선시대 목가구 특별 강연회도 열린다. 전시는 9월25일까지. 02-2287-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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