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박 장관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HPAIR 아시아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동아시아 지역 경제협력을 강조하며 이 같이밝혔다.
박 장관은 “역외통화 차입 의존도를 줄여서 ‘오리지널 신(미국 이외의 나라들이 자국통화를 해외에서 차입할 수 없어 외환유동성 부족을 겪는 현상)’에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한다”며 “역내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국가간 실물경제 통합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과거 세계 경제에 과도한 충격이 발생하면 G5로 대변되는 강대국들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최근 금융위기에는 이러한 전통적 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강조했다.
다만 동아시아 지역 경제협력이 대외적으로 배타적인 장벽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역내 경제통합을 추진하되 역외지역에 대한 차별을 지양하는‘개방된 지역주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유럽연합(EU)이 최근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을 볼때, 보다 신중한 검토를 통해 최적화된 새로운 지역경제협력의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금융위기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데 대해서는 “특정 국가의 통화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현 국제금융체제가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혼란의 원인을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에서 찾았다.
트리핀 딜레마란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감내하지 않고 국제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면 세계 경제는 크게 위축되지만, 반대로 적자 상태가 지속돼 달러를 과잉 공급하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서로 반대되는 상황에 직면한 현상을 말한다.
1950년대 미국에서 수년간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자 당시 예일대 교수인 로버트 트리핀이 한 말로 “미국의 경상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제 유동성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박 장관은 “미국은 결국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지 못했고 결국 기축통화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 국제금융체제가 신흥국들이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불러왔다며, 그 예로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를 꼽았다.
이른바 ‘환율전쟁’으로 불리는 글로벌 불균형도 현재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흥국들은 달러 유동성확보를 위해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게 된다”며 “이 결과 선진국은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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