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장기간 거래해 왔던 단골 고객의 이탈이 가시화하고 있어 향후 영업력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관예금과 개인예금을 포함한 SC제일은행의 총수신 중 파업 이후 이탈한 금액은 현재 2000억~3000억원 가량이다.
한때 이탈 규모가 1조원을 웃돌기도 했으나 최근 다소 안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개인예금은 최근까지도 5000억원에 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상 50%에 달하던 정기예금의 재예치율(만기 도래 후 출금하지 않고 다시 예금에 가입하는 비율)이 파업 이후 절반 수준인 20~30%로 떨어졌다. 단골 고객들의 이탈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 마포구 내 영업점에서 만난 한 고객은 "어머니가 SC제일은행과 오래 거래해 왔던 탓에 파업이 길어져도 일단 지켜보고 있지만 돈을 빼야 하나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이같은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지만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시중은행이 자금 경색에 처할 경우 필요시 한은의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대형 은행의 콜 자금 공여 등으로 유동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관예금은 큰 변동이 없는 데 반해 개인예금은 많이 빠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SC제일은행의 지급준비율에 여유가 있어 유동성 위기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금융감독원의 상시감시팀 관계자는 “영업점을 일부 닫았기 때문에 예금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이나 현재로선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SC제일은행은 파업 직후 인력 부족과 금융사고 방지 등을 이유로 영업점 42개의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은행이 유동성을 메우기 위해 기업이나 법인에 고금리로 단기 예금을 끌어왔다”며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손실 규모가 2~3배는 더 많은 것이 현실인데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노조는 쟁의 방식을 바꿔, 29일부터 영업 현장에 복귀해 태업과 파업을 병행할 방침이다.
이는 파업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노조원들의 경제적·정신적 피로도가 높아지고 고객 불편이 가중된 데 따른 조치다. 파업이 지속되는 두 달 동안 노조원들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월급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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