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수요 증가에 따른 통화 강세로 고전하고 있는 일본이나 스위스처럼 최근까지 쏟아져 들어오는 해외 자금에 맞서 통화 약세 경쟁을 펼쳤던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
◇"통화 가치 급락 막아라"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요 몇주 사이 터키와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자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거나 예고했다.
한국 정부도 이달 초 외환시장을 비롯한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부 외환 트레이더들은 한국은행이 이미 증시 폭락에 맞춰 원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달러화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일부 신흥국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이런 움직임은 스위스나 일본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데 비하면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스위스중앙은행(SNB)은 지난주 스위스프랑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세번째 유동성을 공급했고, 일본은행(BOJ)는 이달 초 4조5000억엔을 시장에 풀어 달러화를 사들였다. 스위스와 일본 외환당국은 시장을 면밀히 주시하며 필요하다면 언제든 개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신흥국들이 그간 취해온 해외자금 유입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라 저보스 오펜하이머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대부분의 신흥국들은 여전히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이 외부 자금 유입세가 갑자기 끊겼다고 판단할 경우, 규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균형' 찾기 어렵네"
한국과 터키는 올 초부터 선진국의 초저금리 기조와 미국의 2차 양적완화(QE2)에 맞서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일련의 조치를 취해왔다. 선진국의 저금리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통화가치를 끌어올려 수출전선에 악재가 됐기 때문이다. WSJ는 이들이 여전히 자국 통화가 과도하게 강세를 띠는 것은 원치 않지만, 통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해 장기적으로 외국 자본이 모두 이탈하는 상황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각국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일례로 터키 중앙은행은 올 초 리라화 강세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리리화를 풀어 달러화를 사들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정됐던 달러화 매수 경매를 취소하고 매도 경매에 나섰다. 리라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한 조치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이달 초 시장에 직접 개입해 달러화를 매도한 데 이어 지난주에는 루피아화 표시 국채를 되살 계획이라며 달러화를 팔아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WSJ는 인도네시아가 루피아화의 과도한 강세와 약세를 동시에 막기 위해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는 통화절상을 좀 더 용인, 환율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환율 방어 조치가 장기적인 추세를 뒤바꾸기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성장세를 뽐내고 있는 신흥국의 투자 매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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