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는 21일(현지시간) 크레디트스위스, HSBC, 바클레이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뉴욕멜런 등 월가 주요 은행들이 이미 대규모 감원을 실시했거나, 발표했다면서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고객 서비스도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후 실적부진을 이유로 2000명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HSBC는 올 초 5000명을 이미 감원한 데 이어 내년 말까지 2만5000명을 더 해고하기로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브라이언 모히니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3500명 규모의 감원을 골자로한 구조조정안을 고위 경영진들에게 돌렸다.
고용정보업체인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에 따르면 BoA는 올 들어 모두 1만8252명의 해고를 추진했고, 이는 지난해에 비해 6% 늘어난 것이다. 이외에 골드만삭스도 올해 말까지 인력 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고용정보업체 카에바스만인터내셔널의 팀 화이트 자산관리 담당은 "월가는 지방을 제거한 뒤 이젠 근육과 뼈까지 도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구조조정을 용케 피해 남아 있는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 고객들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월가 은행들은 인력을 대거 줄인 대신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더 큰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다. 자연히 근무시간은 더 길어졌고, 사무실 곳곳에 남아 있는 빈 자리는 전체적인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직원들의 업무가 자꾸 바뀌면서 고객 관리 부문 사업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CNBC는 지적했다.
기업 채용 담당자들은 "고임금을 받던 직원 대신 새 직원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며 "유지비용이 높아지면서 더 낮은 임금을 받고도 열심히 일하는 젊은 직원들이 대신 역할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월가에 감원 바람이 다시 불고 있는 것은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임금 지급 구조가 변한 게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과거 임금구조는 스톡옵션 등 보너스 비중이 높아 기본급을 적게 주고 실적을 강요할 수 있었지만, 이젠 보수 지급 규제가 강화돼 기본급 비중이 더 높아지고 보너스는 낮아져 감원을 통한 비용절감이 불가피하게 됐다.
폴 소버라 얼라이언스컨설팅 회장은 "투자은행들의 관리 이사들의 기본급은 40만 달러로 두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고위직이 받는 보너스는 올해 30% 감소할 전망이다.
콘래드 시코텔로 조지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고용되고 다시 해고되는 상황이 2년마다 반복되면서 회사 운영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며 "거품과 붕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귀중한 인력 자원이 파괴되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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