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루 더 그린> ‘양심’은 세 번 배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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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2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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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웹 심슨,두 차례 불운 딛고 생애 첫 승 거둬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골프는 에티켓을 중시하는 스포츠다. 선수의 에티켓을 기량 못지않게 강조하는 종목은 골프가 유일할 것이다. 약 100만㎡(약 30만평)의 대지에서 펼쳐지는 골프는 또 선수가 스스로 심판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벌타를 매기기도 한다. 그래서 ‘양심의 스포츠’라고도 한다.

영원한 아마추어 보비 존스(미국)는 경기 도중 볼이 살짝 움직이자 아무도 알아챈 사람이 없었는데도 스스로 1벌타를 매겼다. 주위에서 칭찬하자 그는 “내가 스스로 벌타를 매긴 것에 대해 칭찬받는 것은 보통사람이 은행을 털지 않았다고 칭찬받는 것과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미국PGA투어프로 웹 심슨(26·미국)이 또 양심의 승리를 거뒀다. 그는 2009년 봅호프클래식에서, 지난 5월 취리히클래식에서 어드레스 후 볼이 조금 움직인 것을 간파하고 스스로 1벌타를 부과했다. 동반플레이어나 경기위원 등 아무도 볼이 움직인 것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양심에 따라 경기위원에게 신고하고 벌타를 감수했다. 두 대회 모두 최종일 선두권을 달리다가 그랬다. 취리히클래식에서는 1타 리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1벌타를 부과해 공동선두가 됐고, 연장전에서 져 생애 첫 승 기회를 미뤄야 했다. 그는 그러고도 “골프는 마지막으로 남은 신사의 게임이다. 벌타는 당연하다. 나는 불운했을 뿐이다”라며 자위했다.

그런 심슨이 마침내 윈덤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거두자 주위에서는 양심이 보답했다며 큰 박수를 보냈다. 2008년 프로전향 후 올해 2위만 두 번 하더니 결국 의미있는 우승을 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은 이런 일을 두고 하는 말일 성싶다.

심슨의 양심적인 플레이는 골프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도 영향을 미쳤다. 토머스 오툴 USGA 부회장은 심슨이 취리히클래식에서 2위에 그치자 “이 규칙조항(18-2b)에 대해 R&A와 7년째 논의를 했다. 2012년에 개정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조항은 일단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스스로에 의해서든, 바람이나 경사에 의해서든 볼이 움직이면 선수에게 1벌타를 주도록 돼있다. 미PGA투어에선 라이언 파머(2008년 긴시메르클래식)와 존 센든(2011년 트랜지션스챔피언십)이 그런 불운을 당했고, 국내에선 ‘장타자’ 김대현(2011년 GS칼텍스 매경오픈)이 어드레스 후 볼이 움직여 불이익을 당했다. 이들의 피해는 갑작스런 바람이나 지면의 경사에 의해서 발생했다. 외부 요인때문에 볼이 움직였는데도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사실에 대해 선수나 골프관계자들 사이에서 ‘불합리’하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심슨의 우승을 계기로 이 조항 수정에 대한 당위성은 더 높아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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