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철권통치 종식…'포스트 카다피' 촉각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카다피 정권의 붕괴가 머지 않았다는 성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포스트 카다피' 체제 수립을 촉구했다. 미국 국무부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카다피의 시대는 며칠 남지 않았다"면서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 국가위원회(TNC)가 카다피 이후 체제 수립을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망명설이 나도는 등 현재로선 카다피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고, 그가 전날 최후의 항전을 결의했다는 점에서 카다피 체제의 붕괴 시점을 예견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NTC는 카다피의 몰락이 임박했다며 이미 카다피 체제 이후의 통치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는 분위기다.
로이터에 따르면 NTC가 파견한 아랍에미리트(UAE) 주재 대사 아레프 알리 나야드는 카다피 체제 붕괴 이후 권력 이양 작업과 치안, 보건, 교육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리비아 안정화 팀'이 이미 구성돼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카다피의 정권의 종말이 머지 않았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제 남아 있는 불확실성은 카다피가 물러난 후 반군이 리비아가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을 수 있느냐는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공정한 기술관료" 압델 잘릴 위원장 '0순위'
로이터는 지금 당장은 누가 카다피를 대신할지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면서도, 반군 내에서는 무스타파 압델 잘릴 NTC 위원장이 가장 탁월한 지도자로 꼽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압델 잘릴 위원장은 카다피 체제 아래서 2007년부터 법무장관을 지냈지만, 지난 2월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실탄 사격에 항의해 정부 각료로는 처음 사임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문서에서 압델 잘릴은 '공정한 기술관료'라고 묘사돼 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카다피의 42년 장기집권이 끝나도 안정을 위해 NTC가 존속하겠지만 8개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이 기간 안에 헌법에 따라 권력 이양을 위한 선거를 치를 것이라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NTC에서 국방장관직을 맡고 있는 오마르 알 하리리도 반군의 선전과 더불어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1969년 카다피 주도의 쿠데타에 참여했지만 1975년 카다피 정권 전복을 모의하다 발각돼 사형을 선고받고 투옥됐다. 알 하리리는 15년간 옥살이를 하다 1990년 감형돼 출소한 뒤 토브루크에서 연금생활 중 NTC에 합류했다.
이밖에 야전 사령관을 자처하고 있는 칼리파 헤프티르 전 장군,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NTC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압델 하페즈 고카도 포스트 카다피 시대를 주도할 유력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대체세력 역부족…'제2 이라크' 우려도
그러나 카다피의 독재 체제가 무려 42년간 지속되면서 리비아에는 카다피 이후를 준비해온 야당이나 시민·사회·노동·종교단체 등 대체 세력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상당기간 권력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서로 연결고리가 약한 140여 개 부족 간의 정치·경제적 갈등이 증폭될 경우 혼란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분열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리비아가 '제2의 이라크'가 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로이터는 카다피 정권이 몰락할 경우를 가정해 볼 때 반군들은 그의 부재로 인한 정치적 공백을 빠르게 메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의 저명한 외교·안보 문제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의 대니얼 코르스키 수석연구원은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카다피 정권이 붕괴된 뒤 거대한 공백이 생기는 것"이라며 "서방은 질서있는 (권력) 이양을 지원하고 반군이 카다피가 이루지 못했던 기준들을 지키도록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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