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급락장서도 세금만 걷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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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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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공자가 제나라로 가던 길에 세 무덤 앞에서 우는 여인을 만났다. 사연을 물었다. 호랑이가 시아버지와 남편, 아들을 모두 잡아먹었단다. 공자가 "이곳을 떠나 살면 어떠냐"고 되묻자 여인은 "여기가 차라리 낫습니다. 다른 곳은 무거운 세금 때문에 살 수가 없어요"라고 답했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성어는 이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가혹하게 세금을 뜯는 정치가 호랑이에게 죽는 고통보다 무섭다는 의미다.

요즘 주식시장을 보면서 이 고사성어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정부는 주가를 부양하겠다면서도 증시에서 걷는 세금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코스피가 8월 들어 열흘 만에 15% 이상 하락했을 때도 감세 논의는 아예 없었다. 정부는 당시 증권사·운용사 사장단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에게도 시장 방어를 주문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업계는 불만이다. 정부가 요구만 많았지 업계 입장은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0년부터 공모형 펀드나 연기금에 대한 증권거래세(0.3%) 면제 혜택이 사라진 것도 그렇다. 업계는 이를 부활시킬 것을 바라고 있다. 반면 정부는 주가 부양을 주문하면서도 세제 지원 같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증시 부양을 위한 투신권 역할을 기대한다면 유인도 충분해야 한다. 당장 한시적으로라도 공모펀드에 증권거래세를 물리지 않아야 한다. 3년 이상 장기투자 상품에 대한 혜택도 필요해 보인다. 면세 종료로 해외펀드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일어났던 것처럼 세제 혜택은 시장 자금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펀드가 시장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자금 유입으로 덩치를 키워야 한다. 정부가 증권시장을 제대로 키우기보다는 감세정책으로 부족해진 세수를 채울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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