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동원 기자)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우사인 볼트와 함께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는 아사파 포웰(29.자메이카)이 22일 저녁 대구 땅에 발을 딛었다. 빨간 야구 모자에 헤드폰을 걸친 그는 경쾌한 걸음으로 입국장으로 들어와 환영나온 대구 시민들을 만났다. 긴 여행에 피곤했을 법도 했지만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도 성실히 임했고, 카메라를 위해 따로 포즈까지 취해주는 등 시종 여유롭고 당당했다.
별도의 스케줄을 잡았기 때문에 볼트 등 자메이카 선수단과 다른 스케줄로 대구를 찾았다는 그는 “모두가 우승을 꿈꾸는 무대인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금메달을 딴다면 매우 기쁠 것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준비가 돼있다“고 신중한 가운데 자신감을 드러냈다.
포웰은 볼트와 함께 ‘단거리 왕국’ 자메이카를 대표하는 스프린터. 2007년 9초74로 세계 기록을 세우며 세계 정상에 올랐으나 1년도 안돼 볼트의 번개 질주 앞에 빛을 잃고 말았던 비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뒤로도 번번히 볼트에게 밀려 2인자에 머물러 왔다.
때문에 설욕을 노리는 그에게 이번 대구세계선수권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지난 8월초 런던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에 출전했다가 가벼운 허벅지 통증을 느끼자 “내 목표는 런던이 아닌 대구에서 우승하는 것이다”며 미련없이 레이스를 포기했을 정도로 이번 대회를 고대해 왔다. 특히 볼트의 대항마로 꼽히던 타이슨 게이가(29.미국) 고관절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포웰에게 더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포웰의 장점은 꾸준함이다. 역대 스프린터 중 서브 텐(100m를 10초 미만에 뛰는 것)을 가장 많이 기록했다. 총 70회로 23번을 기록한 볼트의 3배가 넘는다. 올 시즌 최고 기록에서도 9초78로 볼트(9초88)에 앞선다. 여기에 총성과 함께 튀어나가는 스타트는 볼트의 부러움을 살 정도.
반면 메이저대회에서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에서 3위에 그치는 등 메이저 대회에서 번번이 볼트에 밀리고 있다.
포웰은 팀 동료와의 경쟁 구도로 흘러가는 것이 부담스러운듯 “볼트나 다른 선수가 아닌 나 자신에게 집중하겠다”면서도 “시즌 최고 기록을 낸 것이 자신감을 준다. 우승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왔다”고 승리에 대한 열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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