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2012년 이후 중국을 이끌어갈 차기 지도자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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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2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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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찬 중국금융연구소 소장

중국은 5년에 한 번 치열한 권력투쟁이 ‘발생’한다. 아니 ‘발발(勃發)’하게끔 되어있다. 당의 최고 기관인 전국대표대회가 5년마다 열리고, 총서기 이하의 주요인사가 결정된다. 1992년 이후 10년 주기로 정치국 상무위원이 대폭 교체돼 왔는데, 내년은 사실상 다음 10년을 이끌 지도자가 선출된다.

이번 권력이동은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3번째다. 2012년 제18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를 대표로 하는 ‘공산주의 청년단’파(이하 단파)와 후계자인 시진핑(習近平)을 대표로 하는 ‘태자당’파의 다툼이 벌어질 예정이다.

그렇다면 해외언론에서 보도하는 ‘단파(団派)’, ‘태자당(太子党)’, ‘상하이파(上海閥)’, ‘보수파(保守派)’라는 그룹이 정말 존재는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딱지만 붙인 것에 불과한 것인가?

7월 6일 홍콩 방송국이 장쩌민(江沢民) 전 국가 주석이 사망했다고 오보를 내보냈다. 중국 외교부는 즉시 부정했지만, 전체주의 국가에서 최고 권력자는 쉽게 사망할 수 없다. 장쩌민의 ‘후광’으로 출세해 온 당 간부들은, 후견인의 ‘사망’은 자신들의 위치도 위태로워 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주 뒤인 7월 23일, 이번에는 1999년부터 캐나다에 도망가 있던 건국 이후 사상 최대의 밀수 부정부패 사건의 주모자가 12년 만에 중국에 송환됐다. 이 사건은 당시 푸젠(福建)성 당서기, 현재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인 자칭린(賈慶林)의 부인이 관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장쩌민이 이를 감싼 것이라고 인터넷상에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2월에 류즈쥔( 劉志軍) 철도국장이 중대한 규율위반(즉 부패)으로 해임됐지만, 철도국장은 장쩌민 전 주석이 발탁한 최측근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지금까지 사태추이를 보면, 후진타오가 주도하는 ‘단파’에겐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고, 수세에 몰린 ‘태자당’은 머지 않아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이번은 아무래도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이는 공산당내 주요 인사 결정과정은 최근에 많이 변질돼, 당내 권력 투쟁을 ‘단파’, ‘태자당’, ‘상하이파’, ‘보수파’ 등으로 단순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인은 조직적인 파벌이나 그룹 등에 강한 소속감을 갖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다. 중국인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가족이나 친족 외에는 오래도록 충성을 맹세하는 조직은 없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살아남기 위한 수단을 본능적으로 준비한다.

정치인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면, 장쩌민 전 주석의 연줄이 닿아 있는 당 간부들의 대부분은 정쩌민과 개인적인 정리(情理)와 경제적 이익과 연결되어 있을 뿐 ‘상하이파’라는 그룹에 끝까지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다. ‘단파’ 자체도 중국공산당의 한 조직일 뿐이며, 심지어 ‘태자당’은 원래 조직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그룹원끼리 이익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리와 정치적 신념도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리위안차오(李源朝)와 같은 ‘태자당 겸 공청단’의 정치가나 보시라이(薄熙来) 처럼 ‘태자당 겸 이데올로기 좌파·보수파’라는 유형을 설명할 수 없다. 뒤집어 말하면, ‘단파’, ‘태자당’, ‘상하이파’, ‘보수파’ 같은 분류는 어디까지나 편의상 나눈 것이며, 그들 사이의 정치적 거래는 보다 유연하고 대담하게 진행된다.

내년 당대회에서의 지도부 인사는 (1)정년제 준수, (2)전례대로 총서기와 총리 선출, (3)정실·파벌 균형인사가 아닌, 각 주요(국가·당·군) 조직을 대표하는 형태로 정치국원·상무위원을 선임한다는 3가지 대 원칙하에서 추진될 것이다.

1997년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서열 1위는 당 총서기(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2위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3위는 국무원 총리, 4위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 5위 이데올로기 선전담당, 6위 국가 부주석, 7위 국무원 부총리, 8위 당 중앙규율감시위원회 서기, 9윌 공안부문의 대표로 정해져 있어 내년에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다른 나라와 같이 야심적이고 출세를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지금 그들의 권력투쟁은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와는 달리, 보다 확립된 제도적 서열 안에서, 보다 제도화 질서 속에서 치러질 것이다.

지금까지 정치국의 제도화 현상을 근거로 내년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1)시진핑(習近平) (2)왕치산(王岐山) 또는 장더장(張徳江)(3)리커창(李克強)(4)류엔둥(劉延東)(5)류윈산(劉雲山)(6)리위안차오(李源朝) (7)왕치산(王岐山) 또는 장더장(張徳江) (8) 리위안차오(李源朝) (9)멍젠주(孟建柱)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지도부는 누가 됐든 공산당 지도부의 관료화속에 중요한 정치개혁을 추진하거나, 탑 다운식 대담한 정책변경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처럼 중국도 중앙정치권력이 약화되기 시작했고, 공산당의 중앙통치시스템도 각종 당 기관, 중앙기관, 국영기업 등 반독립적인 기관들로 이뤄진 완만한 관료제 연방국가로 변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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