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2.14% 오른 온스당 1891.90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사상 처음 1900달러 선을 돌파했다. 23일 현물가도 줄곧 1900달러 선을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금값이 연말까지 온스당 2000달러 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연초 대비로는 40% 이상 오른다는 얘기다. 1979년 127% 급등한 이래 32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도이체방크도 이달 초 금값이 온스당 2100달러에 이를 때까지는 극단적으로 가격이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값은 최근 1년 새 51% 오르며 11년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실제로 최고의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 은행권에서는 최근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개빈 웬트 마인라이프 이사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경제와 통화에 대한 우려가 뒤섞여 비관론과 긴장감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외환·주식 등에 대해 노심초사하는 투자자들이 유일하게 자금을 댈 곳은 금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우려, 미국의 제로(0) 금리 기조와 더블딥 우려에 따른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 등 금값이 최고 절정에 달했던 1980년 1월의 온스당 825.50달러(물가상승률 감안 2395.03달러)까지 갈 강력한 펀더멘털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상장지수펀드(ETF)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금 ETF인 SPDR골드쉐어는 자산 규모가 무려 779억 달러로, 수익률이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추월했다.
한편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한창인 가운데 일본에서는 금 매각 바람이 불고 있어 주목된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최근 차익 실현을 위해 금을 내다팔고 있다. 일본에서 금 소매가격은 지난 20일 현재 1g에 4800엔 대로 연초 대비 30% 올랐다. 3년 전에 비하면 50%나 뛰었다.
일본에서는 금 수입이 자유화된 1970년대부터 금값이 크게 변동하면 금 매장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난 1979년말 당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계기로 금 소매가격이 전년에 비해 3배 이상 뛰었다가 2년 후에 갑자기 급락한 이후 일본인들이 금을 단기투자 대상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가치가 급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 대신 현금을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얘기다.
20년간 이어진 불황이 '금보다 현금이 낫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