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과 가을 이사철 등이 겹쳐 대출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서민층의 신용경색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대출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은행권이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 대출 잔액이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 전세자금·마이너스 대출 증가세
23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876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18조9000억원(2.2%) 증가한 금액이다. 하반기 들어서도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9월 말에는 9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해 가계대출 월별 증가율을 0.6% 수준으로 맞추라는 총량 규제에 나서면서 주택담보대출과 개인 신용대출 증가세는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은행권은 대출심사 기준을 강화해 실수요자를 제외한 주택담보대출과 개인 신용대출 취급을 자제할 방침이다.
그러나 사각지대에 놓인 마이너스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은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다음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과 가을 이사철이 겹치면서 이들 대출 항목의 잔액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 등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4조2454억원에서 23일 현재 4조7758억원으로 5304억원 급증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매 수요가 사라지고 전세 수요가 늘면서 전세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의 마이너스대출 잔액은 1500억원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추석 상여금이 줄어들면서 명절을 지내기 위해 마이너스대출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다음달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돈줄 막힌 서민들 제2금융권으로
지난주 일부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잠정 중단 조치를 취하자 전문가들은 자금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제2금융권과 사금융으로 밀려 내려갈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은행권 대출은 재개됐지만 대출심사 강화 여파에 생계자금 부족 현상까지 겹치면서 대출수요가 제2금융권 등으로 전이되는 ‘풍선효과’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대한·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의 약관대출(보험료 납입액 중 일부를 대출 형식으로 미리 소비하는 것) 잔액은 6월 23조2601억원, 7월 23조3583억원, 8월 23조5320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삼성·동부·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등 5대 손보사의 약관대출도 23일 현재 4조5909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5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도 늘고 있다.
솔로몬·현대스위스·HK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이달 중에만 670억원 증가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서민층의 생계용 대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경우 돈이 필요한 대출자들은 제2금융권이나 사금융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당장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는 줄어들겠지만 서민들은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모니터링을 크게 강화한 카드업계의 경우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카드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이달 들어 6개 전업카드사의 하루 평균 카드대출액은 2500억원 수준으로 지난달(2800억원) 대비 11% 감소했다.
한 전업카드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매일 카드대출 잔액을 점검하고 있어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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