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탁의 유통인사이드>뒷맛이 씁쓸한 원유가 인상 협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1-08-23 19:5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진현탁 기자) 낙농농가와 유업체간 원유 가격인상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

우유대란만은 피했으니 다행이다.

타결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씁쓸하기 그지없다.

양 측이 원유가격을 ℓ당 130원 인상하기로 합의하면서 체세포수 2등급 원유에 대한 인센티브 가격을 대폭 상향키로 한 것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체세포수 2등급 원유의 인센티브 가격을 높이면 낙농농가에 평균적으로 ℓ당 8원의 가격인상 효과가 있다. 하지만 도태를 늦춰 늙은 젖소를 중가시킴으로써 질 낮은 원유를 생산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체세포수 원유 2등급에 대한 인센티브 가격을 ℓ당 47원으로 대폭 올릴 경우 체세포수 1등급 원유와 가격차가 ℓ당 4.5원에 불과해 낙농농가들의 젖소 도태시기가 늦쳐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정부와 낙농농가, 유업체들이 질 높은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때문에 국민건강을 볼모로 한 협상이 아니냐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벌써부터 두 달여간의 줄다리기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 고작 소비자들만 더 비싸고 질 낮은 우유를 먹게 된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의 원성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럴바에는 차라리 인센티브 부분은 놔두고 ℓ당 가격만을 올리는 게 마땅치 않았겠느냐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곤 한다.

우유제품 가격 인상폭은 원유 가격 인상을 크게 웃돌 것이란 관측이다.

유업체들이 이번 가격 결정에 원유가격 인상분에 다른 원재료 및 인건비 상승분 등을 반영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럴 경우 ℓ당 300∼400원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150원 받는 1ℓ짜리 우유제품은 2500원 선으로 오르게 된다.

유업체들의 우유 가격 즉각 인상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연내 우윳값 인상은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압박 때문이다.

이에 유업체들은 생산비 증가 부담이 큰 상황이라 가격 인상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유 인상분을 업체가 고스란히 부담할 경우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두 달 내 가격인상을 단행하겠다는 강경 입장도 내비추고 있다.

대개의 협상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이 마땅하다. 어느 한 쪽이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에서 협상이 타결된다면 합리적인 협상이라 말할 수 없다. 백번 지당한 얘기다.

이번 경우와 같이 국민건강을 볼모로 한 협상은 합리적이냐 비합리적이냐 수준을 넘어 지탄받아 마땅하다는 혹자의 지적을 곱씹었으면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