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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서정(秋之敍情) Autumn Lyrics, 100X65cm, 화선지에 수묵담채 Water color on Korean paper, 2011.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최영걸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의도적으로 과장하여 드러내지 않고 작품 하나하나를 통해 꾸준히 필력의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는 성실함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계훈 미술평론가는 오는 26일부터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리는 한국화가 최영걸의 전시서문에 이렇게 썼다.
이번에 최영걸작가가 3년만에 선보인 작품들은 한마디로 농익은 필력이 춤추는 듯 하다.
성실함과 치밀한 집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바늘같은 세필로 한땀한땀 정교하고 세밀하게 숨막히도록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은 보는 순간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림안의 풍경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흡입력과 햇빛에 눈이 부시고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이번 전시를 위해 "7개월동안 두문불출하고 그림만 그렸다"는 작가는 나뭇가지 하나하나도 바람에 살랑이는 듯한 자연의 풍경을 화폭에 그대로 담아냈다.
'21세기 현대판 산수화'다. 전국의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직접 현장에서 고르고 찍은 이미지를 화선지에 먹과 채색만을 사용했다.
수묵담채형식의 한국화로 분류되는 작품이지만 이미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뛰어넘었다. 막연히 동양화의 산수화라고 하면 과거의 실경산수를 떠올린다면 구식이다.
가끔 사진이 아닌가 할정도인 작품은 작가의 10년 세월 공력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점점 더 치밀해지고 세밀해지고 아우라가 강하다.
에릭 창 홍콩크리스티 스페셜리스트가 "누군가 모방할 수도 없는 그림"이라고 극찬하는 작품의 단점이라면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점.
작업의 특성상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기본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수정이 어려운 동양화라는 특성상 작은 실수도 작품 한점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난해 100호크기가 넘는 대형작품을 제작하다가 채색을 잘못 칠해서 접어야만 했다. 작가는 이후 "6개월간 패닉상태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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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계서정(秋溪敍情) Autumn Valley, 110X160cm, 화선지에 수묵담채 Water color on Korean paper, 2011 |
한국화 기법을 현대적인 개념으로 계승 발전한 최영걸은 '홍콩크리스티가 쏘아올린 작가'로 유명하다.
"크리스티가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었다"는 작가는 2005년 이화익대표의 추천으로 홍콩크리스티에 진출, 매년 외국컬렉터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08년 홍콩크리스티의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에 출품된 ‘좁은길’(259×160㎝)이 5500만원에 낙찰된 것을 비롯해 그의 작품은 12차례의 해외 경매에서 좋은 실적을 보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낙찰가가 20~30% 떨어질 때 오히려 그의 작품은 추정가를 웃돌며 ‘한국미’의 진가를 발휘했다.
하지만 그는 "외국에서 비싸게 팔리는게 슬픈일"이라고 했다. 중국과 일본 국화들은 자국 컬렉터들이 많은 것에 비해 푸대접받는 한국화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 전통의 붓과 먹, 그리고 한지라는 재료를 통해 '아트 한류'를 이끌고 있는 그는 이제 후배들의 멘토로 적극 나선다고도 했다.
"참고자료도 없고 선배도 없어 혼자 고민하고 갈등했던 시절이 더 많았다"면서 "협동보다는 개인플레이가 강한 동네지만 후배들의 작품활동과 전시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 개인전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모두 그려졌다. 여름 계곡을 타고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와 짙은 가을의 정취, 눈덮인 겨울산의 풍경등 20여점을 선보인다.
또 먹의 농담으로만 그려져 흑백사진의 아스라한 풍경처럼 보이는 '청산도의 오후'나 '마실' 같은 작품은 작가의 또 다른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전시는 9월 23일까지.(02)730-7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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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의 봄 Spring in Cheongsan Island, 60X127cm, 화선지에 수묵담채 Water color on Korean paper,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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