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가 위험해 잠정구를 치고 나갔는데, 원구가 인 바운드에 있어 플레이가 가능할 경우 원구로 플레이를 속개해야 한다. 원구를 5분안에 찾지 못하거나 원구가 OB가 났을 경우 잠정구가 인플레이 볼이 되어 플레이를 속개하면 된다.
잠정구는 볼을 찾으러 나가기 전에 쳐야 한다. 원구를 찾다가 못찾을 것같아 다시 원위치로 돌아와서 잠정구를 칠 수 없다는 말이다. 또 잠정구는 원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까지는 얼마든지 칠 수 있다. 이를테면 원구가 티잉그라운드에서 200m 지점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잠정구는 180m 나갔다. 180m지점으로 가서 다시 그 잠정구로 다음샷을 하고, 200m지점에 가서 원구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원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보다 더 먼 곳에서는 잠정구를 칠 수 없다. 그럴 경우 원구를 찾든 못찾든, 잠정구가 인플레이 볼이 된다.
잠정구를 칠 때는 동반플레이어에게 반드시 ‘잠정구를 치겠다’는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하나 더 칠까?’ ‘못 찾겠지!’ ‘OB났겠지!’등의 표현은 잠정구를 치겠다는 의사표시가 아니다. 물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원구를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돼 잠정구가 곧바로 인플레이 볼이 된다. 그 때는 원구를 찾아도 소용없다.
잠정구와 관련해 국가를 망신을 시킨 사례가 있다. 1993년 미국에서 열린 남자골프 국가대항전 월드컵에서 발생한 일이다.
한국대표로 나간 P는 잠정구를 치겠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잠정구를 쳤다. P는 원구를 찾아 그 볼 스코어를 제출했는데, 다른 국가의 동반플레이가 나중에 “P가 잠정구를 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어필했다. 결국 그 선수의 말이 받아들여졌고, P는 인플레이 볼이 된 잠정구로 홀아웃한 스코어를 제출하지 않고, 원구로 홀아웃한 스코어(실제보다 적은 스코어)를 적어냈다는 이유로 실격당했다. 한국프로골프협회는 P가 국가 망신을 시켰다며 2년간 국내대회 출전정지 조치를 내렸다. 잠정구를 뜻하는 영어를 몰라서 그랬는지, 다른 이유때문에 그랬는지는 P만이 알 것이다.
또 하나의 사례를 든다. 2004년 9월 일동레이크GC에서 열린 SK엔크린 인비테이셔널 여자대회 2라운드 11번홀(파4).
K가 친 드라이버샷이 바위에 맞는 소리와 함께 시야에서 사라졌다. 페어웨이로 걸어나가 약 2분간 볼을 찾던 K는 시간이 지체되자 티잉그라운드로 돌아가 잠정구를 쳤다. 그러고 나서 페어웨이로 와 보니 동반플레이어들이 원구를 찾았다고 소리쳤다. K는 반가웠던지 찾은 원구와 조금전 친 잠정구로 투볼 플레이, 홀아웃했다. 그러나 이는 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잠정구는 원구가 OB나 분실 우려가 있을 경우 즉시 쳐야 한다. 볼을 찾다가 다시 본래 쳤던 곳으로 되돌아가 잠정구를 치는 순간 원구는 분실구로 처리된다. 따라서 동반플레이어들이 찾아준 원구는 이미 분실구가 됐기 때문에 그 볼로 플레이를 계속한 K는 ‘오구 플레이’를 한 것이 돼 실격당하고 말았다. 잠정구는 반드시 원구를 찾으러 나가기 전에 쳐야 한다. 찾다가 말고 돌아오면 원구 포기로 간주, 다시 치는 샷이 곧바로 인플레이 볼이 된다는 사실을 K나 동반플레이어 모두 몰랐던 것이 아닐까. <골프규칙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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