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출하량이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었어요. 품질도 떨어지고요.”
28일 경기도 평택시 청용동 한 배 농장에서 만난 A씨(54)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10여년째 배 농사를 짓고 있다. 농장 규모는 1만평을 넘는다.
A씨는 “지난해에도 태풍으로 낙과 피해를 입기는 했으나 일조량이 많아 배가 잘 자랐는데 올해는 작년에 비해 배 생육이 형편없다”면서 "품질뿐만아니라 출하량마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의 경우 지난해 70톤 정도의 배를 수확했다. 이중 10톤 정도를 8월말까지 상품(上品)으로 출하한 것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수확량의 70% 정도를 상품으로 출하했다.
이렇게 해서 1억45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 비용 등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번 돈은 5000만원 정도 됐다.
하지만 올해엔 지난해보다 출하량이 절반 정도로 줄 것으로 A씨는 예상하고 있다.
추석물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일조량 부족 등으로 수확된 농산물의 품질이 떨어져 출하량 감소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증가하더라도 실제 출하되는 과일은 줄거나 출하가 늦어져 물가 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배의 경우 올해 생산량이 33만7781톤으로 지난해의 30만7919톤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8월 출하량은 1만3100톤으로 지난해보다 조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적인 생산량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일조량 부족 등으로 배가 잘 자라지 않아 출하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사과는 배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사과 생산량은 42만8529톤으로 전망돼 지난해 46만371톤보다 3만톤 넘게 줄고, 8월 출하량도 4만3868톤에서 4만1209톤으로 줄 것으로 예측됐다.
A씨는 “올해는 지금까지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는 없지만 비가 많이 오고 일조량이 적어 배가 잘 자라지 않아 아직까지 출하를 못하고 있어요”라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평택과수농협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집중호우와 일조량 부족 등으로 재배하고 있는 과일의 수확량은 별로 줄지 않더라도 수확한 과일의 품질이 나빠져 출하량이 대폭 줄어드는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0년과 2011년의 6월부터 8월 중순까지의 전국의 일조시간을 비교해 보면 6월 197.1시간, 170.7시간, 7월 125.5시간, 114.7시간, 8월(1일~16일) 65.7시간, 54.5시간으로 올 여름 일조시간이 지난해보다 매우 적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강수량은 6월 71㎜, 288.6㎜, 7월 258.9㎜, 474.8㎜, 8월(1~16일)216.7㎜, 219.1㎜로 올해 지난해보다 많은 비가 왔음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병충해도 증가해 A씨는 올해 방제 비용으로 1300만원을 썼다. 이는 지난해의 1100만원보다 200만원 증가한 액수다.
A씨는 추석 전까지 상품으로 출하할 수 있는 배는 최대 5톤을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의 절반정도의 수준이다. 품질 미달로 출하가 어려운 것은 음료수 공장 등에 헐값에 떠넘길 계획이다.
A씨는 “수입은 지난해의 3분의 2 정도로 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같은 지역에서 3만평 규모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B씨(57)의 경우도 지난해 8월에만 30톤 정도 배를 상품으로 출하했지만 올해는 추석 전까지 15톤 정도밖에 출하를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결과 올 추석 과일 가격이 크게 상승함에 따라 실제 과일 선물 수요는 줄고 가공식품과 생필품의 수요가 작년보다 각각 6%, 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 추석이 예년보다 10여일 빨라 추석 전에 사과와 배 수확량이 적기 때문에 추석 전에는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르겠지만 추석이 지나면서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농수산물 가격은 기상이변 등의 변수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불안요인이 많은 상황이지만, 앞으로 특별한 이상기상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추석을 지나면서 점차 안정될 것”이라며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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