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은 미국과 유럽이 최근 느린 성장, 정치권의 교착상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고전하고 있는데, 이는 20년 전 버블 붕괴 당시 일본의 분위기와 흡사하다며 서방국들이 일본의 장기불황에서 배워야 할 교훈 6가지를 꼽았다.
타임은 우선 통화정책에 의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1999~2006년 제로(0)금리 기조를 채택했다. 하지만 이미 경제의 거품이 빠지면서 침체로 접어든 상황이라 소비 대신 저축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를 맞은 미국에서도 최근 저축이 급증하고 있다.
다급해진 일본은행(BOJ)은 2001년부터 통화공급을 늘렸지만, 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경기부양에 실패했다. 타임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경기둔화를 겪고 있는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막연한 통화완화가 최선의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불황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은 자국 경제의 침체가 구조적 불황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통화정책에 의존했지만, 사실 일본의 불황은 경기 순환에 따른 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타임은 과도한 규제는 기업가 정신과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도 재정 및 통화 완화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타임은 세번째로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시급히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은행들은 호시절 막대한 대출에 나섰다가 거품 붕괴 후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막대한 타격을 입었지만,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설명이다. 타임은 재정위기를 겪도 있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의 핵심 문제도 은행들이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타임은 이어 낡은 성장방식을 과감하게 버리라고 조언했다. 일본은 1960~80년대 수출 주도형 경제정책을 추진, 제조업이 성장을 주도했지만 아직까지도 이러한 구조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타임은 미국과 유럽도 자유시장에 대한 이데올로기로 인프라 투자를 줄이거나 과거의 복지 국가 시스템을 고수하는 것이 문제라며 낡은 성장 방식을 고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타임은 세계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포용하라고 지적했다. 여타 아시아 국가들이 개방 수위를 높이고 있는 데 반해 일본은 자국의 이익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시장개방 수위를 여전히 낮게 유지하고 있어 값싼 수입품이나 해외 투자에 따른 고용 확대와 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타임은 끝으로 일본 정치 지도층이 특수 이익만 추구해 경제가 악화된 것이 가장 비극적인 부분이라며, 유럽과 미국이 정치적 갈등을 해소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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