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금융시장 별다른 충격 없을것”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 의장이 미국 경기 부양을 위한 3차 양적 완화 조치(QE3)를 내놓지 않았으나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이번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충분히 예상된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어차피 이번에 3차 양적 완화 발언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대부분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국내 시장에서 받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최근 미국 신용등급 하락 사태 이후 국내 경제가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의해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와이오밍주 잭슨폴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추가부양책을 언급하지 않은 채 오는 9월 하순 연방공개시장회의(FOMC)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고 밝혔다.
뉴욕증시는 버냉키 의장이 획기적 처방전을 내놓지 못했다는 소식에 200포인트 이상 빠지는 급락세를 보였지만,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한 여러 도구를 갖고 있다는 그의 연설 내용에 방점이 찍히면서 추세가 극적으로 반전됐다.
국내 금융시장이 뉴욕증시에 상당 부분 연동돼 있다는 점만 고려하더라도 오는 29일 국내 증시가 개장하더라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또한 24시간 체제로 비상금융상황대책반을 가동하면서 외환, 채권, 증시 등의 영향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며 만일의 사태 시 안정 조처를 할 준비를 취하고 있다.
재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미 신용등급 하락 사태 때는 일요일에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으나 이번에는 뉴욕 시장조차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주말에 비상회의를 소집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달 FOMC에서조차 버냉키 의장이 별다른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못하고 미국 경제가 하락세를 보이면 ‘더블딥’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경제가 요동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올해들어 고용 지표가 다소 좋아졌지만,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외화유동성이 심하고 물가와 전세금이 뛰는데다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문제까지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잇따른 폭우 등으로 농산물 값이 폭등하면서 인플레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정부의 금리 정책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반기에 저축은행들의 부실한 실적이 공개되면서 ‘뱅크런’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이 다소 불안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면서 “다만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국제금융상황과 주요국 정책 대응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