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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천성명 3년만의 개인전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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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2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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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갤러리스케이프 10월 2일까지..7m 거대동상 토막난채 바닥에 쓰려져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1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2007년 2008년 '그림자를 삼키다'를 주제로 연극적이고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던 천성명이 3년만에 신작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를 선보이고 있다.

26일 서울 한남동 갤러리스케이프에서 열린 천성명의 개인전은 연극무대의 내용이 더 깊어졌다. 

작가가 예술가로서, 조각가로서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장은 거대한 남자 인물조각이 조각난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고 그 뒤로 여자 인물조각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몸뚱아리도 깃발을 든 팔도, 깃발도 절반으로 도막나고 방치된 남자는 아무런 의지조차 없어보인다. 바지는 벗겨지고 셔츠만을 입은 남자의 모습은 힘없이 반쯤은 노출된 박탈당한 상태를 보여준다.

깃발을 든 남자는 작가의 페르소나. 도대체 무슨일이 있는 것일까.

셔츠에 달린 훈장만이 그가 어느 시대에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음을 짐작케 한다. 

그의 옆에는 손에 쥔 깃발 또한 부러진 채 바닥에 힘없이 늘어져있다. 원래는 높이 새워져 바람에 나부꼈을 이 깃발은 지난 가치를 뒤로 한 채 그 기능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1

깃발, 훈장 등과 같은 상징적 표식을 지닌 거대한 인물 조각은 동상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7m 높이의 사이즈는 전형적인 동상의 크기를 차용했다.

동상의 형식을 차용하여 작가는 기념물에 담긴 가치, 상징성이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지점을 통해, 과거에 조각적이었던 것이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린 지금의 상황을 동시대적 관점에서 재구성해냈다. 레닌동상이 철거될 때의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쓰러진 남자인물상을 뒤로 전시장 한켠에는 한 여자가 옷을 반쯤 걸친 채 의자에 앉아 이 모든 상황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응시한다.

여자는 손에 실을 붙잡고 있는데, 이 실은 남자의 조각난 몸을 스치며 전시 공간의 기둥까지 이어진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_혼합재료_128x30x68cm_2011

두 조각 사이의 관계는 명확하진 않지만, 여자가 든 실오라기는 공간을 남자의 몸을 지나가며 전시 공간을 아우르는 새로운 축을 형성한다.

새로 등장한 여자 인물은 기존의 작품에서 보여줬던 인물들에 비해, 현실적인 인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와 연관하여 별도로 구성된 쇼윈도우 공간에 전시된 다른 여자는 일상적 인물의 모습으로, 앞서서 본 여자 인물처럼 붉은 천으로 몸을 반쯤 가린 채 애매모호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천성명의 조각은 실존적 자아에 대한 고민이 작가가 구성한 내러티브를 통해 연극적으로 전개돼왔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_‘열병’_혼합재료_200x90x90cm_2011

작가 자신의 얼굴을 바탕으로 한 인물 조각은 자아가 겪는 내밀한 이야기들을 마치 무대 위에서와 같이 극적으로 드러내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그동안 그가 선보인 작품은 ‘그림자를 삼키다’를 제목으로 정오, 밤, 새벽에까지 다다르는 시간대별로 구성되었다.
시간이라는 커다란 흐름을 바탕으로 하여, 그 안에는 여러 작은 이야기들이 공간별, 사건별로 펼쳐지는 방식이다.

이후 3년만의 개인전인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그림자를 삼키다’의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사이에서 독립적으로 발생된 단편적 이야기로, 현실적 삶의 편린들로부터 비롯된다. 

심소미 큐레이터는 "구시대적 유물이 돼버린 동상과 일상적 인물을 함께 등장시켜 구성한 이번의 전시는 타 장르와 조각 사이에서의 개별적인 예술 장르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조각의 정체성의 본질을 들여다 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2일까지.(02)747-4675
 
조각가 천성명
◆천성명=1990 부산예술고등학교 졸업 1999 수원대학교 조소과 졸업 2001 수원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수상=2007 벨그라드 Micro-Narratives 3등상, 김세중 청년조각상 수상 2001 청년작가 야외조각전 장려상 2000 동아미술제 대상 한국미술대전 우수상 1999 단원미술제 우수상 1998 경기미술대전 우수상
 
◆ 작품 소장=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몬트리올 현대 미술관,  일민 미술관고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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