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금융시장 안정 "정치권 진정성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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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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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주변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생활비로 사용하는 가구가 많습니다. 가계대출의 양도 양이지만 질적으로 안 좋아지고 있는데 점검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최근 가계대출 증가량이 생활비 목적으로 늘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대출 증가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 괜찮습니다.”

올 2월 기자가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와 만나 나눈 대화의 일부다. 금융 초짜인 기자는 가계대출의 심각성을 지적했고 30년 가까이 금융업에 종사한 이 관계자는 ‘괜찮다’로 일관했다.

그러던 금융감독당국이 올 3분기 들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을 옥죄기 시작했다. 가계대출 증가폭이 너무 커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했다.

가계의 대출 수요를 누르자 오히려 고금리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2금융권 대출이 늘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 금감원의 초보적 대응 오히려 가계의 이자상환능력을 떨어트리며 금융기관의 부실 가능성을 키웠다.

이는 금감원이 지난 10여년간 쌓은 감독 노하우와 시스템을 맹신하고 그 잣대로 현재 금융시장을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금의 금융시장이 기존 경험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블랙 스완’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금융감독 시스템의 체계화·세분화·전문화·다변화 등을 통한 감독시스템의 보수화일 것이다. 여기엔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금융이란 돈을 굴려 돈을 버는 산업이기 때문에 구조적 안전성을 높이고, 돈을 떼일 확률만 줄이면 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은행법 개정을 꼽고 있다. 조사와 감독에 대한 거시적 접근은 한은이, 미시적 관여는 금감원이 하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한은법 개정안은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갈리며 '제한적 단독 조사'로 역활 범위가 대폭 축소됐다. 그나마도 2년째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오가기만 했다.

그러던 한은법 개정안이 현재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봤다. 여야 법사위 간사와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간 공감대가 형성된 것. 이날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본회의 직전 정무위원회의 반대의견을 수용하며 본회의 상정엔 실패했으나, 분명 이전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함께 홍역을 치른 정치권도 또 다시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금융감독 강화 및 안전성 제고를 위한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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