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여성 CEO를 꿈꾸는 나라

(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첫 직장생활에 힘들어하는 친구를 만났다. 말문을 어렵게 연 친구에게서 고민을 들었다. 대학을 갓 나온 새내기 여직원이 으레 참고 거쳐야 할 어려움은 아니었다. 아니 실은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친구는 몇 달 전 직장 선배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다. 성희롱뿐 아니라 성차별도 범죄로 배웠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 여자친구가 한둘이 아니다.

기자생활도 마찬가지다. 그냥 기자가 아니라 여기자다. 기자에게 취재원은 생명이다. 우리나라는 술자리 한 번으로 호형호제하는 사회다. 기자 역시 취재원을 늘리려는 욕심에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 이런 자리에서 사고를 치는 건 주로 남자다. 여기자에게 일방적으로 ‘사심’을 드러내기 일쑤다. 기자생활을 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으레 이러려니 여길 정도가 됐다.

사회생활을 하는 여자에게는 아무리 노력해도 못 넘을 보이지 않는 차별, ‘유리천장’이 있다. 직장 안에서 승진 기회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학연이나 지연, 혈연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사람과 관계는 곧 경쟁력이다. 반면 성별을 배제한 채 관계를 발전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얼마 전 여성 임원진과 오찬을 하면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여성은 능력도 있고 유연해 경쟁에서 질 이유가 없다면서 이길 수 있고,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는 데 필요한 게 실력뿐일까. 이 회장이 말한 것처럼 한국에 여성 CEO가 나오려면 국가와 기업 차원에서 양성평등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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