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생활도 마찬가지다. 그냥 기자가 아니라 여기자다. 기자에게 취재원은 생명이다. 우리나라는 술자리 한 번으로 호형호제하는 사회다. 기자 역시 취재원을 늘리려는 욕심에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 이런 자리에서 사고를 치는 건 주로 남자다. 여기자에게 일방적으로 ‘사심’을 드러내기 일쑤다. 기자생활을 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으레 이러려니 여길 정도가 됐다.
사회생활을 하는 여자에게는 아무리 노력해도 못 넘을 보이지 않는 차별, ‘유리천장’이 있다. 직장 안에서 승진 기회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학연이나 지연, 혈연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사람과 관계는 곧 경쟁력이다. 반면 성별을 배제한 채 관계를 발전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얼마 전 여성 임원진과 오찬을 하면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여성은 능력도 있고 유연해 경쟁에서 질 이유가 없다면서 이길 수 있고,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는 데 필요한 게 실력뿐일까. 이 회장이 말한 것처럼 한국에 여성 CEO가 나오려면 국가와 기업 차원에서 양성평등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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