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안도랠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다만 반등폭에 대한 눈높이는 낮출 것을 권했다. 새로운 경기부양책이 급한 불을 끄더라도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둔화 우려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29일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50.55포인트(2.84%) 오른 1829.50을 기록했다. 외국인·개인이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3000억원어치 이상 주식을 사들이면서 오름세를 주도했다.
◆亞 주요증시 반색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현지시간 26일 잭슨홀 연설에서 3차 양적완화(QE3)를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추가 경기부양 카드를 쓸지에 대해서는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이는 시장에서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미 다우와 나스닥 지수는 전주말 각각 1.21%와 2.49% 올랐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마찬가지다. 코스피가 이날 3% 가까이 오른 데 이어 일본 니케이지수도 0.6% 이상 상승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1.8% 가까이 뛰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만 자국 긴축 우려로 1.3% 남짓 내렸다.
◆부양 기대감 지표부진 상쇄
경기부양 기대감이 당분간 경제지표 부진을 상쇄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부진한 지표가 나오더라도 되레 경기부양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만큼 악재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 경기침체 우려는 버냉키 의장 발언을 계기로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라며 "버냉키 의장은 장기적으로 미 경제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9월에 사용할 정책수단을 검토한다는 발언으로 시장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며 "9월 들어 유로존 문제까지 완화된다면 4분기 안에 안도 랠리가 전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내놓을 8월 제조업지수를 비롯한 경제지표가 줄줄이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우려되지만 이는 이미 미 증시에도 충분히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이달 말이나 9월 초 발표될 경제지표는 대부분 부진할 것"이라며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할수록 경기부양에 대한 정당성도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눈높이는 낮춰야
지수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유지되고 있다. 경기부양에만 기대를 걸기에는 미국·유럽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2분기 미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는 1.0%로 추정치(1.3%)뿐 아니라 예상치(1.1%)까지 모두 밑돌았다. 8월 ISM 제조업지수도 마찬가지다. 예상치는 48.5로 기준점인 50선 아래로 떨어졌다.
유로존 재정위기 우려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당장 그리스 디폴트 위험은 유로존 2차 지원안 이전 수준으로 높아졌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연설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하락한 반면 금값은 다시 뛰었다"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여전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는 코스피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향후 6개월 간 코스피 전망치를 1600~2050선으로 제시했다. 전망치 하단만 보면 300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하나대투증권도 3개월 지수전망을 1600~1980선으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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