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은 국내외 금융사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기 때문에 이미 해외 진출을 했거나 앞으로 계획 중인 금융사에서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되는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외에서 고객의 신용정보를 도용해 제2차 피해를 낳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 등 1금융권에서는 물론 카드, 캐피털,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제3금융권에서도 보안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캐피탈과 농협이 사상 유례없는 해킹 사태로 곤욕을 치룬 뒤 정보기술(IT) 보안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높게 고조된 모습이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 IT관련 안전진단이나 모의해킹을 앞당겨 실시했을 뿐 아니라 추가 컨설팅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동안 국내 금융사들은 앞선 IT 기술력으로 금융서비스의 질을 높여 왔다. IT강국이란 명성에 걸맞게끔 인터넷을 통한 신용 거래가 신속 정확하게 이뤄져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하지만 날로 진화되는 해커들의 해킹 수준과 비교해 보안 불감증을 보여왔던 것 또한 사실. 이 같은 보안 불감증은 곧 구멍이 뻥 뚫린 금융권이란 인식을 전 세계 해커들에게 심어줬고 그 결과 고객들의 개인신용정보 등이 다수 유출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평가 및 관리 업무가 기본인 금융권에서 이 같은 개인신용정보 유출은 치명적"이라며 "이는 고객들의 금전적 손해를 야기해 결과적으로 금융사는 신뢰도 잃고 고객들이 제기한 각종 손해배상 소송에도 휘말리게 된다"고 말했다.
해킹은 국내외 장소를 불문하고 발생하기 때문에 금융사의 보안 관리는 해외에서도 예외없이 이뤄진다.
최근 해킹 사태가 발생한 이후 시중은행들은 해외 현지법인 및 지점에 대한 글로벌 네트워크에 대한 보안 리스크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아울러 해외진출을 고려 중인 지방은행 및 카드사 등에서도 현지 금융권에서 발생하는 해킹 사건이나 IT 관련 환경 등을 더욱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국내 해킹 사태 이후 현지 사무소에 파견한 직원에게 관련 소식을 전해주며 현지 금융권에서 일어나는 해킹 정보 등도 수집하게 했다"고 말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의 경우 해외진출 시 가장 고려하는 것 중 하나가 신용정보 관리 부분"이라며 "이를 현지 사정에 맞게 어떻게 평가하고 관리하는 일에 추가적으로 보안 부분도 고려할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국내 금융사들은 각종 보안 프로그램의 호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해외진출 시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 더욱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IT 전문가는 "보통 IT 부문 해외진출시 막대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언어만 바꿔 손쉽게 이동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며 "하지만 금융사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은 특수한 보안 방식을 고수해 해외진출을 더욱 어렵게 하므로 이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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