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가 5000만원 초과 예금자 및 후순위채 투자자에 대한 보상 방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활동을 끝내자 정무위가 바통을 이어받은 모양새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초래한 책임이 정부에 있는 만큼 재정을 투입해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예금자보호법은 예금보호한도를 500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피해자 구제에 정치 생명이라고 건 듯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행법을 벗어난 방식으로 보상을 해줄 경우 다른 금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향후 발생하게 될 유사 사례에 대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저축은행 국조 특위에 출석해 “현재 성금 이외에는 다른 특별한 대안이 없는 것 같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뻔뻔하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정치권은 성금이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처럼 정부 재정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다는 점을 망각한 듯 하다.
저축은행 관련 피해를 성금을 걷어 보상하는 것이 어불성설인 만큼 정부 재정을 쓰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힘든 해법이다.
현재 발생한 부실 저축은행 관련 피해를 보상하는 데 소요되는 자금은 2000억~3000억원 수준이지만 다음달 저축은행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추가로 퇴출되는 저축은행이 생기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투입될 정부 재정도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은 ‘성금’과 ‘재정’이라는 형식상의 차이에 집착해 결국 같은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옛 사람들은 눈 앞에 보이는 차이에만 집착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조삼모사’로 표현하며 비웃었다.
국회 정무위가 특별법을 발의해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치는 동안 어떤 식으로 내용이 바뀔지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축은행 사태가 대중의 뇌리에서 희미해지고 내년 선거 시즌에 돌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
최근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부실 금융회사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을 소비자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진정 이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면 같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공고히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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