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파생상품시장에는 애초부터 큰 걱정이 있었다. 현물시장 대비 불균형 탓이다. 우리 증시가 8월 들어 여타 국가보다 심하게 요동쳤던 것도 이런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걱정이 현실화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1분기 파생상품 거래액을 1경8872조원으로 집계했다. 주식옵션이나 주식선물 같은 주식 관련 거래액만 1경4243조원으로 전체에서 75%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거래액은 546조원으로 파생상품시장이 26배 이상 컸다.
파생상품시장이 현물시장보다 빠르게 몸집을 불리면서 성장한 것은 세계 1위로 꼽히는 인터넷망도 큰 역할을 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풍부한 유동성을 가진 우리 증시에서 초단타 매매를 통한 빠른 현금화가 가능해졌다. 정부나 한국거래소도 파생상품시장 활성화를 위한 해외 홍보에 적극적이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 파생상품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반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파생상품시장에서 일반 투자 '개미지옥'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다. 외형 확대뿐 아니라 시장 건전성도 챙겨야 한다. 파생상품시장은 위험회피(헤지)를 위해 생겨난 것이다. 질적인 면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거래소, 업계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 그렇다고 단기적인 성과만 노린 규제를 늘려서는 곤란하다. 시장 자체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