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경기회복 국면에 접어드는 듯 했지만(동조화), 재정건전성 우려가 불거지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경기회복 국면까지 가는 시간을 더 오래 걸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경기회복 속도 차이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신흥국의 경제성장률은 6.6%,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은 2.2%로 국가간 격차는 작년과 같은 4.4%포인트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면 신흥국과의 경제성장률 격차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한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은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일부 타격을 받을 전망이지만, 단기적 악재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선진국과는 달리, 인플레이션이라는 변수가 작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신흥국이 탈동조를 보이는 예다.
◆ 경기회복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난 선진국
대표적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가 향후 10년간 세계경제에 저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대표적으로 미국 경제를 꼽았다.
그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미국은 1999년 보다 더 못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최근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조정했다.
유럽의 경우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난 12일 프랑스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제로(0)였다. 이는 지난 1분기 프랑스 성장률 0.9%에 비해 크게 뒤쳐진 수치다.
게다가 그나마 괜찮은 줄로 알았던 독일마저 2분기 성장률이 0.1% 상승에 그치면서 선진국 경기 급랭을 예고하고 있다. 독일 GDP 성장률은 9분기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유로존 경제성장률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은 초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등 완벽한 긴축재정에 들어가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10년간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韓, 수출 타격은 단기적 악재
이러한 글로벌 금융불안은 한국경제에 제조업 업황에 곧바로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8월 BSI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BSI는 7월보다 11포인트 떨어진 80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6월(77) 이후 최저치로 리먼사태가 불거졌던 지난 2008년 11월, 전달대비 13포인트가 떨어진 후 가장 큰 하락폭에 속한다. 업황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며, 100 이하면 그 반대다.
게다가 이달 들어 수출 둔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1년7개월 만에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은 257억 달러를, 수입은 304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는 47억 달러를 웃돌았고,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적자폭인 25억 달러보다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월말 밀어내기 수출이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자폭이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흑자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이 단기적인 지표일 뿐, 저성장 기조를 암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거시경제 팀장은 "선진국 경기침체 여파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상 지수가 낮게 나타난 것"이라며 "이를 저성장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최근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2008년 이후 경기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던 선진국 경기에 제동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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