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 7월까지 금융투자업계 콜머니 차입을 단계적으로 줄이도록 한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6월 말 현재 1개 분기 만에 31% 이상 늘렸다. 반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는 18% 이상 줄였다.
금융위원회는 단기자금인 콜머니로 장기채에 투자해 발생하는 잔존만기(듀레이션) 불일치와 이에 따른 유동성 위기 가능성, 통화정책 효율성 저하를 이유로 제2금융권 콜머니 차입을 규제하기로 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가 차입한 콜머니 잔액은 4조9892억원으로 3월 말보다 18.48% 감소했다.
반면 자기자본 순위 11~20위 증권사는 3월 말보다 31.34% 늘어난 2조3622억원으로 집계됐다.
콜머니 잔액이 6월 말 현재 자기자본 대비 25% 이상인 경우는 대형사에서 우리투자증권·대신증권·동양종금증권 3개사뿐인 데 비해 중소형사에서는 8개사가 포함됐다.
자기자본 25% 이상을 콜머니로 차입한 증권사 가운데 이 잔액을 6월 말 현재 3월 말보다 늘린 회사도 대형사에서 대신증권 1개사뿐이었다. 이에 비해 중소형사에서는 6개사가 해당됐다.
개별 중소형사를 보면 NH투자증권 콜머니 잔액이 6월 말 현재 자기자본 대비 60.88%로 가장 높았다. 이 잔액은 3월 말에 비해 82.95% 늘었다.
하이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콜머니 차입 잔액이 340.03% 증가했다. 자기자본 대비 46.27%에 해당됐다. 메리츠종금증권·동부증권도 콜머니 차입 잔액이 3월 말보다 100% 이상 늘었다. 두 회사 자기자본에서 각각 40~50%를 차지했다.
금융위는 5월 증권사에 대해 월평균 콜머니 잔액 한도를 자기자본 25%로 제한하도록 했다. 내년 7월부터 적용하되 기존 자기자본 25% 초과분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줄이도록 목표를 정했다.
오는 9월에는 초과분 80%까지 인정해준다. 연말 60%, 내년 3월 40%, 6월에는 20%까지로 제한된다.
콜머니 잔액이 늘어난 증권사 가운데 일부는 일시적인 증감일 뿐 금융위 요구에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A증권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상품자산이 급증해 콜머니 차입을 늘린 것"이라며 "5월부터 달마다 콜머니 잔액을 10%씩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B증권 관계자도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를 통해 금융위에서 요구하는 콜머니 차입 잔액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자기자본 25% 이상 콜머니를 차입한 증권사는 모두 11개사다. 80%까지만 인정해주는 9월 말까지 2600억원 이상을 줄여야 한다. 이 가운데 중소형사가 1700억원 이상으로 전체에서 65%를 넘는다.
증권사마다 콜머니를 통해 신용위험이 없는 기관 투자자와 똑같은 금리로 단기자금을 조달해 장기 국공채에 투자하는 식으로 차익을 얻어 왔다.
중소형 증권사 분기 순이익이 100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한꺼번에 콜머니 차입을 줄이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 경우에는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콜머니 차입을 줄일 경우 자금조달 능력에서 대형사에 더욱 뒤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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