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밭에서도 건질 고추가 없어 시간이 나는대로 뽑아낼 예정이다.
고추농사를 잘 지어 면 내에서 ‘고추박사’로 불리는 그였지만 올해 여름 내내 계속된 비와 갑자기 발생한 탄저병이 손 쓸 틈도 없이 번지면서 올해 겨우 30㎏을 수확했을 뿐이다.
이씨는 “50년 동안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 본다”면서 “내다 팔 고추는 커녕 집에서 쓰기에도 빠듯한 양이어서 동생들에게는 돈을 주고 고추를 사서 줄 계획”이라고 허탈해 했다.
1만3천여㎡에 고추를 재배한 김봉기(51·문광면 신기리)씨 역시 바이러스와 탄저병 피해를 봐 당초 수확량을 45t에서 30t 정도로 낮춰 잡았다.
그의 고추밭에는 한 달 전부터 검은 반점이 생기면서 타 들어가는 탄저병이 돌고, 고추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채 오그라드는 바이러스까지 번져 수확량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3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씨는 약 6만여㎡에 벼, 감자, 사과, 양배추, 적채 등을 재배하는 대농으로 평소 워낙 부지런한 데다 영농에 대한 노하우도 지녔지만 올해 자연재해 앞에서는 인간이 무기력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탄저병은 방제작업을 소홀히 한, 게으른 농민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던 김씨였으나 올 여름엔 거의 매일 비가 내리자 날이 갠 틈을 이용해 수시로 방제작업에 나섰지만 탄저병은 막지 못했다.
그는 올해 고추 흉작은 기상 탓이 크나 생산 여건상 문제가 많다고 주장한다.
농촌인력은 점차 고령화되고 힘든 고추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는데도 정부와 자치단체는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그나마 있는 주민들을 산으로 들로 보내는 탓에 일손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값싼 외국인력을 농촌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과 정부의 농약 보조금 지급 방안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군내 고추재배 농가와 면적은 2천445농가, 933㏊로 작년 2천714농가, 1천4㏊에 비해 각각 9.9%, 7.1% 줄었다.
한편 괴산 고추생산자협의회는 올해 고추축제(1-4일)를 앞둔 지난달 23일 고추직판장 판매가격을 화건 600g에 1만8천원으로 결정, 작년(8천원)보다 125%를 인상했다.
그러나 1일 개막된 고추축제에서는 물량 부족과 가수요까지 발생,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고추를 구입하지 못한 이들이 항의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는 올해 고추 재배면적이 줄고 작황이 나빴던 요인도 있지만 가격 결정 이후 값이 더 올랐고,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한 일부 농민들이 출하를 꺼린 것도 원인이 됐다.
급기야 괴산군과 고추축제 추진위원회에서는 4일까지 판매할 예정이던 고추를 2일까지만 판매하고 3, 4일에는 고춧가루만 판매했으나, 믿고 직판장을 찾았던 이들의 항의는 계속 이어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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