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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육상결산> 진 별 Vs 뜬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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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0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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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챔피언도 영원한 꼴찌도 없다.”유난히 이변이 많았던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막강한 우승후보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틈을 타 새로운 스타들이 대거 탄생했다.

◇추락한 스타들‘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라는 징크스까지 낳은 이번 대회에서는 이전 챔피언들이 영광을 이어가지 못하고 대거 추락했다.

△1일차(8월27일)=대회 첫째 날부터 이변이 시작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챙긴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최강자 스티븐 후커(29·호주)가 예선에서 탈락했다.

후커는 8월27일 오전 열린 남자 장대높이뛰기 예선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6m00)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5m50을 3번 연속 실패하면서 ‘기록 없음(NM)’이라는 치욕을 안았다.

경기를 마친 뒤 후커는 “자신감이 없었다”며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 변명하지 않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여자 10,000m에서 2연패에 도전하던 리넷 마사이(케냐)가 3위에 그쳤고, 여자 400m에서는 크리스틴 오후루구(영국)가 부정 출발로 실격하는 등 첫날부터 별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2일차(8월28일)=대회 둘째 날에는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세계 육상 역사에서 최고의 이변 중 하나로 기록될 만한 사건이 터졌다.

오후 9시20분 이번 대회 최고의 관심 종목인 남자 100m 결승이 시작될 참이었다.

대구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의 눈길은 당연히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불리는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에 집중됐다.

그러나 볼트는 부정출발로 충격적인 실격을 당해 100m 결승에서 트랙을 달려 보지도 못하고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화가 난 볼트는 아무도 없는 보조 경기장에서 마구 달리며 속을 풀었지만, 그의 질주를 보지 못한 육상 팬들도 마음이 갑갑했던 건 마찬가지였다.

볼트의 실격에 앞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00m를 4연패 해 ‘장거리의 황제’로 불리는 케네니사 베켈레(29·에티오피아)가 결승전을 중도포기해 대회 5연패에 실패했다.

5,000m와 10,000m 세계 기록을 모두 새로 쓰고, 남자 선수 중 처음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속으로 장거리 2관왕에 오르는 업적을 쌓았던 베켈레는 “부상 부위가 아팠다”며 아쉬워했다.

△3일차(8월29일)=대회 셋째 날인 29일에는 1위로 골인한 주자가 실격당해 메달의 주인공이 바뀌는 사건이 벌어져 다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남자 110m 허들은 0.01초 차 기록 보유자들이 모두 결승에 진출해 최고의 경기가 펼쳐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다이론 로블레스(쿠바)가 결승에서 1위로 골인했지만 경기 도중 류샹(중국)의 팔을 잡아당긴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반칙을 당한 류샹은 로블레스의 방해 때문에 우승에 실패했고, 그렇게 ‘세기의 대결’은 끝나고 말았다.

여자 400m 준결승에서도 2연패에 도전하던 사냐 리처즈 로스(미국)가 결승 문턱을 밟아보지도 못한 채 탈락했다.

2관왕을 노린 앨리슨 펠릭스(미국)는 결승에서 마지막 스퍼트가 부족해 꿈을 이루지 못했다.

△4일차(8월30일)=옐레나 이신바예바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스타 중 한 명이었지만 그 역시 결승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신바예바는 4m65를 한 차례 넘고 나서 4m75와 4m80을 연달아 실패하면서 세계 최고라는 자존심을 지키지 못했다.

마지막 시기에서 실패하고 경기장을 떠나던 이신바예바는 “점프를 할 때마다 장대를 바꿨는데 매번 맞지 않았다. 점프는 완전히 날았는데 장대가 낚싯대처럼 돼버렸다”고 푸념했다.

또 7종 경기에서 2연패에 도전한 제시카 에니스(영국)는 129점 차이로 은메달에 머물러야 했다.

△6일차(9월1일)=이날도 어김없이 이변은 일어났다.
2007년 오사카와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세단뛰기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대구에서 3연패를 노리던 야르헬리스 사빈(27·쿠바)가 1차 시기에 14m43의 저조한 기록을 내고 2·3차 시기에 파울을 범하더니 기권해 버린 것이다.
허벅지 부상을 이유로 기권한 사빈느는 코치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

△7일차(9월2일)=여자 200m에서 최강자로 꼽히는 앨리슨 펠릭스(26·미국)와 카멜리타 지터(32·미국)가 모두 우승에 실패했다.

펠릭스는 2005년 대회부터 2009년 대회까지 이미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해 대구에서 4연패에 도전하는 차였고, 지터는 여자 100m에서 금메달을 챙겨 놓고 200m에서까지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또 이날 남·녀 투척 종목 황제들이 모두 무너졌다.
남자 포환던지기 결승에 나선 12명의 선수 중 과거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수만 5명에 달했다.

크리스천 캔트웰(31·미국)이 2009년 베를린에서 정상에 올랐고 리즈 호파(34·미국)와 애덤 넬슨(36·미국), 안드레이 민케비치(35·벨라루스)가 각각 2007년, 2005년, 2003년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또 토마즈 마예프스키(30·폴란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시상대 꼭대기에 섰던 강자였다.

이들은 그러나 모두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황제들은 자신들이 노렸던 금메달을 빼앗아간 다비드 슈토를이 누군지도 몰랐다고 했다.

여자 창던지기에서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2007년 세계선수권자인 바르보라 스포타코바(30·체코)가 우승후보 0순위에 올랐지만, 실제 금메달의 주인공은 조연에 가까운 러시아의 ‘철녀’ 마리아 아바쿠모바(25)였다.

△8일차(9월3일)=남자 창던지기 최강자 안드레아스 토르킬센(29)은 부진한 기록 끝에 창던지기 황제 자리를 내줘야 했다.

노르웨이의 남자 육상스타인 토르킬센은 창던지기 선수로는 최초로 하계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유럽선수권대회를 모두 석권한 현역 최강이었지만 대구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떠오른 별=별이 떨어진 자리에 새 별이 떴다.
이번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트랙, 투척, 도약 종목 대부분에서 기존 챔피언이 타이틀을 방어하는 경우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들이 실수로, 불운으로 비워놓은 왕좌에는 새로운 별들이 자리를 잡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요한 블레이크(21·자메이카)다.

그는 육상의 대표 종목인 남자 100m에서 팀 동료 볼트의 실격을 틈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올라섰다.

“전설이 되고 싶다”며 100m 우승을 자신하다가 실격한 볼트의 말에 빗대어 블레이크는 “누구나 전설이 되고 싶어한다”며 1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10,000m에서 베켈레가 굳건히 지키다가 내놓은 왕좌에는 이브라힘 제일란(에티오피아)이 앉았다.

마지막 100m를 남겨 두고 영국의 모하메드 파라를 앞지르는 제일란의 역주는 육상팬의 가슴 속에서 진한 감동의 물결을 일렁이게 했다.

남자 장대높이뛰기 금메달은 무명의 파벨 보이치에호브스키(폴란드)에게 돌아갔고, 남자 10,000m 우승도 이브라힘 제일란(에티오피아)의 차지가 됐다.

이신바예바가 떠난 미녀새의 빈자리는 파비아나 무레르(브라질)가 메웠다.
여자 200m에서는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29·자메이카)이 펠릭스와 지터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 대열에 합류했다.

남자 포환던지기와 여자 창던지기에서는 황제들을 자리에서 끌어내린 새로운 선수들이 스타로 등장했다.

포환던지기의 다비드 슈토를은 포환던지기 예선을 1위로 통과하고 나서 다른 선수들에게 “다비드 슈토를이 누구냐”는 질문을 들어야 했지만 이제는 가장 유명한 선수가 됐다.

창던지기에서 한 번도 조명을 받아본 적이 없던 러시아의 마리아 아바쿠모바 역시 이번 대회 우승으로 왕년의 스타가 된 스포타코바의 자리를 꿰찼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높이 떠오른 별 중의 하나로는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4·남아공)를 꼽을 수 있다.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것은 아니었지만 남자 400m와 1,600m 계주에 출전해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쓴 피스토리우스의 역주는 전 세계인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피스토리우스는 태어날 때부터 종아리 뼈가 없어 칼날처럼 생긴 탄소 섬유 의족을 달고 뛰어 ‘블레이드 러너’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는 비장애인들과 당당히 겨룬 남자 400m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1,600m 계주 예선에서는 첫 번째 주자로 등장해 남아공 계주팀의 본선 진출을 도왔다.

1,600m계주 본선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남아공팀이 은메달을 따면서 동료 선수들과 함께 은메달을 목에 거는 영예를 누렸다.

비장애인들 틈에서 당당히 달린 피스토리우스는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부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번쩍’ 다시 빛난 별 ‘볼트’=뜨고 지는 스타들 사이에서 볼트는 군계일학(群鷄一鶴)과 같은 존재였다.

100m에서 실격당해 자존심을 구긴 볼트는 3일 남자 200m에서 역대 4번째 기록(19초40)으로 우승한 데 이어 대회 마지막 날인 4일에는 남자 400m 계주의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는 데 힘을 보탰다.

이번 대회에서 수립된 유일한 세계 기록이었다.
37초04의 세계 기록은 자메이카 대표팀 4명이 함께 만들어냈지만 마지막 주자였던 볼트가 가장 큰 공을 세웠다.

마지막 100m를 달린 볼트는 2위 프랑스 팀의 마지막 주자 지미 비코와 거의 20m 이상 차이를 벌렸던 것이다.

경기를 마치고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트랙을 돌던 볼트의 이마가 땀에 반사된 조명등으로 번쩍 빛났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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