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집권여당의 타격은 치명적이다. ‘보수’ 성향이라고 믿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면서 “국민정서상 한나라당은 아니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또 오는 8일께 출사표를 던질 박원순 희망제작소 소장 또한 ‘민주당’이 아닌 범야권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박 전 대표는 벌써부터 ‘출구전략’을 모색중이다. 10월 재보선에 확실한 지원유세를 벌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안 원장에게 한나라당 입당 및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다고 한다. 홍준표 대표도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안 원장을 영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그러나 안 원장은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아닌 제3지대인 무소속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친박계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열성적으로 선거운동을 할지 아직 모르겠다”며 “여당 후보조차 제대로 안세운 상황 아니냐”고 반문했다. 걸출한 여당 서울시장 후보가 드러서지 않는 한 박 전 대표는 지원유세에 나설 뜻이 없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손 대표도 곤란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패배까지는 좋았다. 곧이어 진보성향 곽노현 교육감 선거 비리가 터지면서 민주당의 운신의 폭은 좁아졌다. 믿었던 박 소장마저 범야권 후보로 나선다고 하니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조차 낼 수 없는 판이 됐다.
손 대표 측은 “야권의 맏형으로서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큰 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야권 통합을 명분으로 민주당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위기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선거의 여왕'으로 손 대표는 '선거의 사나이'로 불려왔다. 그만큼 승부사 기질이 다분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탄핵 역풍이 정치권을 강타했던 17대 총선 당시 천막당사를 거점으로 맹활약, 존폐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구했다.
손 대표는 지난 2009년 4·29 재·보선 때 수도권 최대 격전지 인천 부평을과 시흥시장 선거에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돼 승리를 견인했다. 이어 지난 4.27 재보선에선 직접 경기 분당을 후보로 나서 승리를 거머줬다.
정치권 한 인사는 “차기 대권을 겨룰 박 전 대표와 손 대표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반드시 승리의 방안을 내놓던가 아니면 패배 뒤 출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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