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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선진 농업,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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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0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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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덜란드 농업 유통 책임지는 ‘그리너리’

(네덜란드=이광효 기자) 한·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 본격적인 글로벌 개방시대를 맞아 우리 농업도 이제 더 이상 국내 울타리에만 안주할 수 없게 됐다. 개방화 시대를 맞아 농업 선진국들은 어떻게 경쟁력을 키우고 농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지, 농민들과 소비자들의 이익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아주경제는 네덜란드, 덴마크, 프랑스 등 농업 선진국들의 산업현장을 직접 방문해 우리 농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지 집중 분석해 본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남서쪽으로 50㎞ 떨어진 ‘블라이스 베이크’시의 한 농산물 작업장을 찾았다.

이 작업장이 바로 네덜란드 농산물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그리너리(Greenery) 유통센터이다.

이 유통센터를 방문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엄청난 양의 파프리카를 운반·포장하고 있었다.

네덜란드 블라이스 베이크에 있는 그리너리 유통센터
네덜란드에는 이런 그리너리 유통센터가 3개 있다. 그중 이 유통센터가 가장 규모가 크다. 1년에 50만 박스 정도의 채소·과일을 처리한다.

그리너리는 지난 1996년 9개의 경매농협이 합병된 협동조합(UA)이다. 자회사로 그리너리 UA가 100% 출자한 그리너리 BV를 소유하고 있다.

조합원은 채소·과일·버섯 등 신선 농산물을 공급하고, 유통과 판매는 그리너리 BV가 담당한다.

네덜란드 블라이스 베이크 그리너리 유통센터 작업장
네덜란드 생산자 조합의 에드 클라센 씨는 “그리너리가 만들어진 이유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유통 경로가 너무 길어 소비자의 요구 사항이 생산자에게 전달이 안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너리가 만들어진 후 5~8단계에 달했던 농산물 유통 과정은 생산자→그리너리→슈퍼마켓 3단계로 축소됐다.

농민들은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팔고 소비자들은 신선한 농산물을 더욱 싼 값으로 구입할 수 있는 유통구조가 확립됐다.

그리너리의 총 매출액 중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비중은 60% 정도다.

조합원들은 그리너리에 가격 결정권을 위임했다. 가격은 그리너리와 소매상이 협의해 결정한다.

그리너리의 가장 큰 특징은 농산물 판매 가격을 정하는 데 있어 농민들의 이익 극대화를 가장 중시한다는 것이다.
에드 클라센 씨는 “조합원이 가격에 불만이 있으면 이사회에 제기하거나 그리너리 탈퇴도 가능하다”며 “초기에는 그런 사례가 있었지만 지금은 농가들이 가격을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이 그리너리를 신뢰하는 것은 그리너리 지배구조 자체가 조합원들의 의견이 경영진에 정확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리너리 UA는 조합원이 선거를 통해 조합 대의원회를 구성하고 조합 대의원회에서 이사회를 선출한다.

조합원들이 그리너리 UA를 통해 자회사를 소유하는 체계로서 조합원에 의한 그리너리 UA 지배와 그리너리 UA에 의한 그리너리 BV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조합원들은 소비자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생산 농산물 전량을 그리너리 BV에 출하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공급할 수 없는 것은 비조합원들로부터 공급받거나 수입 농산물을 통해 공급한다.

품질 관리는 엄격하다. 조합원들이 품질관리 기준을 어기면 일정 기간 조합원 자격을 정지시키거나 벌금을 부과한다. 심할 경우 조합원에서 제명시키기도 한다.

네덜란드 채소·과일 유통에서 그리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이다. 지난해 그리너리 BV 총 매출액은 18억4260만 유로(약 2조7852억원), 당기순이익은 4800만 유로(약 725억5440만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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