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이 또 한 번 야스쿠니(靖國)신사의 합사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서도 법적인 권리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후쿠오카(福岡)고등재판소 나하(那覇)지부는 6일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미군과 일본군 간 전투 과정에서 숨진 뒤 일방적으로 야스쿠니신사에 봉안된 전몰자의 유족들이 일본 정부와 신사 측을 상대로 낸 합사 취소 및 위자료 50만엔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시모토 요시나리(橋本良成) 재판장은 "오키나와전의 체험이나 전몰자가 군속으로 분류된 점 등을 생각하면 (유족들이) 합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야스쿠니) 합사로 유족의 전몰자 추도가 방해받았거나 종교적인 강제를 받았다고는 할 수 없다"며 유족의 권리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측 변호단은 "아주 부당한 판결로 확정시켜선 안 된다"며 상고 방침을 밝혔다.
가와바타 고젠(川端光善·76·전 오키나와현 직원)씨 등 오키나와 전투 당시 숨진 10명의 유족 5명은 야스쿠니신사 측이 1950∼1967년 숨진 가족의 영령을 일방적으로 신사에 합사(合祀)했고, 일본 정부는 신사 측에 전몰자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며 지난 2008년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0월 1심에서 패소했다.
전몰자 10명 중 6명은 당시 일본군에 의해 피난소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숨진 주부나 만 2세의 남자 아기 등 일반인이었지만 신사 측은 이들을 모두 '준(準)군속'으로 분류해 합사했다. 유족들은 "전쟁의 피해자인 민간인을 가해자인 군인.군무원으로 분류한 것은 역사의 날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법원은 지난 7월 한국 생존자인 김희종(86)씨가 자신을 대상으로 제사를 지내지 말라며 야스쿠니신사를 상대로 낸 소송을 "불쾌감이나 혐오감 등 종교상 감정을 법적 이익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기각하는 등 야스쿠니신사의 합사가 엉터리 자료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배상 청구는 모두 기각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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