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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10년> 美 금융시장 '끝나지 않은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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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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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2001년 전 세계를 경악시킨 9·11테러는 금융시장을 패닉상태로 몰아넣었다. 테러 당일 뉴욕시장에서는 주식과 채권 거래가 전면 중단됐고, 일주일만인 17일 시장이 다시 열렸을 때 다우지수는 10일 종가(9605.51) 대비 684.81포인트(7%) 폭락했다. 이후 7000선까지 밀렸던 지수는 같은해 10월11일에야 가까스로 9000선을 회복했다.

10년 전 악몽은 여전히 글로벌 금융시장을 맴돌고 있다. 9·11 이후 시장은 두 차례 거듭된 경기침체와 약세장을 경험했고, 최근 세계 경제는 또다시 새로운 침체 위협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10년간 금융시장을 휩쓴 풍파는 9·11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9·11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쓴 엄청난 비용은 미국의 재정파탄을 불러왔고, 저금리 기조에 따른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쏠림은 금융위기의 발단이 됐다.

마켓워치는 7일(현지시간) 9·11 이후 미국은 더 안전해졌을지 몰라도 투자자들은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노출됐다며, 9·11이 미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과 향후 전망 등에 월가 베테랑들의 분석을 소개했다.

◇"美 재정 파탄, 9·11은 성공한 테러"
도이체방크 증권 최고투자전략가 출신으로 현재 투자자문사인 야데니리서치를 운영하고 있는 에드 야데니는 9·11을 성공한 테러라고 평가했다.

그는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이 국가재정과 관련해 어리석은 짓을 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 정부의 개입을 확대한 결과 재정적자가 엄청나게 불어났고, 이 과정에서 야기된 불안감이 기업의 잠재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설명이다.

야데니는 미 정부가 앞으로 재정정책을 조금이라도 곧추세울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롭 아르노 리서치어필리에이츠 창립자도 9·11은 매우 영리한 공격이었다고 단언했다. 9·11은 서구권과 이슬람 세계의 전쟁을 촉발시켰고, 수조 달러 규모의 손실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는 "9·11이 없었다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지도, 정부의 씀씀이가 재정난을 초래할 정도로 커지지도 않았을 것"이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도 훨씬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글루스킨셰프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미국이 테러에 맞서 여러 곳에서 전쟁을 치르는 한편 경기부양을 위해 감세를 추진해 재정적자가 통제불능 상황으로 치달았다고 주장했다.

◇"연준 저금리 통화확장기조 '거품' 조장"
투자전문지 '글룸붐&둠리포트'를 내는 '닥터둠' 마크 파버는 9·11 이후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악화됐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가계신용,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국가부채는 물론 저고용과 인구증가 등 뭐 하나 더 나을 게 없다는 지적이다.

파버는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9·11 이후 취한 통화확장정책을 문제삼았다. 저금리 기조가 과도한 신용대출을 통한 투기로 이어져 2007~08년 주택시장 거품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연준은 9·11 이후 기준금리를 1%로 낮춘 뒤 2004년 6월까지 줄곧 동결했다.

아울러 그는 9·11과 대테러전쟁이 정책입자들에게 돈을 찍어내는 구실로 작용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추락, 미국인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원유를 비롯한 상품가격이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도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확장정책이 주택거품을 조장해 결과적으로 금융위기의 단초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9·11이 아니었다면,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위원장이 그토록 공격적인 정책을 밀어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잔디는 또 9·11이 미 경제의 장기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면서 투자 수익을 감소시켰고, 이는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사람들은 미 경제의 회복력과 유연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지만, 2~3분기 안에 침체가 되풀이되지 않으면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환펀드매니저인 알렉스 머크는 9·11 이후 연준이 취한 통화정책이 신용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 시장이 안팎의 충격에 더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충격에 대한 내성을 키우려면 과도한 신용을 줄여야 하는데 그 과정은 꽤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美 '슈퍼파워' 위상 흔들…中 신드롬"
도널드 콕스 콕스어드바이저스 회장은 9·11이 미국의 '슈퍼파워' 위상을 재고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닷컴버블 붕괴 이후 부동산거품이 일면서 미국식 경제모델은 더 이상 진보의 초석으로 평가받지 못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콕스는 미국의 위상 저하는 달러화 가치 하락의 결과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닷컴버블 붕괴와 맞물린 9·11 이후 상품시장의 랠리로 자원부국의 증시가 대호황을 누리게 되면서 투자자들이 달러화에 등을 돌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특히 달러화와 미국의 위상 추락으로 중국이 가장 큰 수혜를 보면서 '중국 신드롬'이 일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급부상하는 데는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라는 사실도 한몫했다. 이에 대해 콕스는 9·11이 아니었다면 중국이 미 국채를 대거 매입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수익률과 무관하게 미 국채를 매입하자, 미국은 금리 상승을 막아 민생을 챙기고 전비를 조달할 수 있겠다는 판단 착오로 점점 더 깊은 빚의 수렁에 빠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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