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까지 앞두고 있는 산업은행이 글로벌 CIB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비교 열위에 있는 소매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수익 비중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국내 수신기반 확충에 주력하는 한편 해외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투자은행(IB) 등 기업금융 역량을 지렛대로 활용해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세계의 절반이 넘는 인구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유사한 경제개발 과정을 보이고 있는 아시아 신흥국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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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은 오는 2020년까지 해외수익 비중을 20%로 확대키로 하고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전경. |
◆ 아시아를 제2의 성장동력으로
산업은행은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동북 3성 지역과 최근 15%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인 서부지역 선점을 위해 영업네트워크를 확충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경제성장 잠재력이 크고 국내 기업 진출이 활발한 지역을 중심으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금융과 IB 부문에 특화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중국과 동남아 등 전략지역 진출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우즈베키스탄에 설립한 현지 은행을 인수하면서 중앙아시아 진출 거점을 마련했다.
인수 후에는 산업은행 우즈베키스탄 현지법인과 합병해 중앙아시아 최대의 외국계 은행으로 도약했다.
아시아 지역 외에도 남미와 유럽 등에 진출해 영업력을 확대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현재 운영 중인 현지법인 5곳 중 유럽이 2곳(아일랜드, 헝가리), 남미가 1곳(브라질)이다.
산업은행은 영업환경과 특성을 감안해 각 해외점포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이를 통해 해외 영업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본점과 해외점포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했으며 비거주자 영업을 전담하는 조직도 신설했다.
노융기 국제금융본부장은 “기업금융과 PF, 구조조정 등 비교 우위에 있는 업무를 아시아 지역에 적용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현재 5% 수준인 해외수익 비중을 오는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독보적인 기업금융 노하우 적극 활용
산업은행은 설립 이후 57년 동안 국내 최고의 기업금융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국제금융 업무가 생소했던 1980년대 중반 역외금융을 최초로 도입했으며 1990년대 파생상품과 PF,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업무를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컨설팅과 채권발행 주간사, 사모펀드(PEF) 업무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신규상품 개척, 조달통화 다변화 등에 성공해 국내 금융권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의 PF 부문은 지난해 기준 아시아 6위, 세계 11위 수준이다. 또 파생상품 부문은 올해까지 2년 연속 ‘아시아 톱 10 은행’에 선정된 바 있다.
이 같은 경쟁력을 토대로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시 직접대출은 물론 채권발행 등 자금조달 주선, 인수합병(M&A) 금융 제공, 외화 헤지 거래 등 종합적인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독보적인 기업금융 역량은 해외진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 소매금융 영업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산업은행은 차별화된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소모적인 경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재 국제금융실장은 “산업은행의 역사가 한국 금융산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제까지 산업은행의 역할이 산업자금 공급을 통한 국가경제 발전이었다면 앞으로는 금융수출을 통한 금융영토 확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산업은행은 풍부한 국제금융 경험과 인력, 상품개발 노하우를 무기로 금융영토 확대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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