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휩싸인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전쟁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유례 없이 강력한 '애국자법'은 자유분방한 미국인들의 사생활을 옥좼다. 9·11이 몰고 온 새로운 현실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의 시작이었다.
외교적 측면에서 미국은 테러사건 이후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대테러 협력망 구축에 공을 들였다. 미국은 9·11의 배후로 지목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소탕하기 위해 이들의 주둔지 아프가니스탄을 즉각 공격했다. 이후 2003년 3월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목표로 눈엣가시 같던 이라크와 전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대가는 컸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10년간 미국이 이라크·아프간전과 대테러 작전에 투입한 비용만 3조2280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미군을 비롯해 전장에서 희생된 연합군만 7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 사이 국제사회는 미국 중심에서 벗어나면서 전혀 다른 의미의 뉴노멀 시대에 진입했다. 냉전시대 이후 경제·군사·정치적으로 대적할 만한 상대가 없었던 '슈퍼파워' 미국이 주도하는 '팍스 아메리카(미국에 의한 평화)'에서 나타나고 있는 분열이 그것이다.
2008년 9월 월가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몰고 온 금융위기도 9·11과 무관치 않다. 테러 직후 충격에 휩싸인 경제에 활력을 주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는 기준금리를 떨어뜨렸고, 시장에서는 넘쳐나는 신용이 투기를 부추겼다. 결국 주택거품이 붕괴되면서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마비됐다.
금융위기가 몰고 온 뉴노멀의 위력도 상당했다. 장기실업 사태 속에 미국인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에 몰두했다. 소비에 70%를 의존하고 있는 미 경제 성장률은 곤두박질쳤고, 천문학적인 전비와 경기부양자금은 미국의 재정을 무너뜨렸다. 그 결과 미국은 지난달 '트리플A(AAA)' 등급을 박탈당하고 종이호랑이 신세로 전락했다.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낸 저서 '대침체(The Great Stagnation)'에서 "미국이 지난 2세기 동안 이룩한 기술혁신은 이제 소진되기 시작했다"며 "획기적인 성장엔진을 찾기 힘들어지면서 대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경고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로 이미 현실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지난 10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테러위협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지난 6일 WTC가 있던 '그라운드제로'를 찾아 "알카에다의 또 다른 공격 가능성에 대해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면서 "이러한 형태의 테러 공격 가능성은 매우 실제적"이라고 강조했다.
데니얼 마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빈 라덴이 숨졌고, 알카에다가 약화했지만, 미국의 지난 10년 남아시아에서의 활동은 실수로 점철됐다"면서 "미국은 알카에다를 궤멸시키는 데도 실패했고 탈레반 저항세력을 근절하지도 못했으며, 자신들의 목표를 명확히 하는데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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