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이광수의 ‘무정’ 이래 우리 현대소설은 이상의 ‘날개’와 같은 예외가 있기는 했지만 반세기 가까이 설화조의 스토리텔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우리 소설이 1960년대 중반 이청준의 등장으로 단번에 인간 탐구, 삶의 해석의 고급한 서사물로 올라서게 된다.
올해는 이청준이 타계한 지 3년째 되는 해다. 그간 그의 소설에 대한 언급은 적잖이 있어왔지만 대부분 시사적 평론에 그쳤을 뿐 강단비평적 연구는 많지 않았다. ‘이청준의 소설의 세계’는 그의 소설문학 세계를 분석한 연구서로 이청준의 작품은 물론 한국 현대소설을 이해할 수 있는 지침서다.
이 책은 이청준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16편의 중ㆍ단편소설을 그 내용과 주제의식에 따라 총 3부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1부에서는 ‘병신과 머저리’ ‘소문의 벽’ ‘황홀한 실종’ 등을 통해 본 티끌세상의 인간 탐구, 2부에서는 ‘이어도’ ‘축제’ ‘신화를 삼킨 섬’ 등에서의 신과 영의 세계, 3부에서는 ‘줄광대’ ‘서편제’ ‘매잡이 등에 나타난 예술인의 삶과 죽음을 다룬다.
이청준은 시류에 흔들림 없이 인간 탐구, 진실 탐색, 세계 분석에 일관했던 작가다. 이데올로기의 충돌과 정치적 요동으로 격변하던 시대에 작가로서의 올곧은 신념을 잃지 않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는 것은 경탄한 일이다.
더구나 그의 작품은 분명한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뛰어난 미적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선학동 나그네’ ‘서편제’ ‘불 머금은 항아리’ 등에서 보이는 그의 세계관과 ‘소문의 벽’ ‘침몰선’ 등에서 나타나는 그의 시대정신은 작가란 어떠해야 하는가, 소설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가장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청준의 문학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문학을 공부하는 이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과정일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