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14일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 중 20.6%를 내년 4월까지 매각, 보유량을 5%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삼성은 최근 입찰제안요청서를(RFP)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각 일정과 매각 대상,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삼성그룹은 15년간 이어왔던 순환출자 구조를 끊을 수 있게 됐다. 삼성그룹은 지난 15년 동안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이어왔다.
삼성카드는 25.6% 지분으로 삼성에버랜드를, 삼성에버랜드가 13.34%로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은 7.21%로 삼성전자를, 삼성전자는 35.3%로 다시 삼성카드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 지분매각으로 기존 순환출자 구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로 바뀌게 됐다.
이에 대해 삼성 고위 관계자는 "순환출자 구조가 끊어지면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문의가 많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내년 4월까지 무조건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매각은 삼성그룹의 외형적인 지배구조를 변화시키기는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최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의 그룹 경영권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이재용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3세로의 경영권 승계와 계열 분리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삼성 측은 "계열분리와 관련해서는 특별히 말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로서는 삼성그룹 내 비상장 계열사인 삼성에버랜드를 차지하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현재 삼성에버랜드 지분은 삼성카드 25.6%, 이재용 사장 25.1%, 이부진·이서현 부사장이 각각 8.37%, 한국장학재단 4.25%, 삼성SDI·삼성전기·제일모직 각 4%, 이건희 회장 3.72%, 삼성물산 1.48% 등이다.
삼성 측 고위 관계자는 "순환출자가 수직적인 지배구조로 변하겠지만 지배구조에는 변동이 전혀 없다"며 "지주회사 전환도 장기적으로 검토해본다는 것이지 반드시 가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삼성그룹의 이번 발표를 두고 비슷한 처지에 놓인 그룹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산법이 아닌 공정거래법을 적용받고 있는 SK그룹을 비롯해 두산그룹, CJ그룹 등은 공정거래법이 정한 기한 내에서 금융계열사 처리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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