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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시내는 마치 옥외주차장을 방불케하는 도로 정체 현상이 매일 재연되고 있다. |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원래 베이징 시내에서 서우두(首都)공항까지 차로 30분 걸리는데 차가 막힐 땐 2시간 넘게 걸리는 건 기본이에요.”
베이징 현지 한 자동차 운전기사가 밀리는 도로 위에서 내뱉은 불만의 목소리입니다. 실제로 최근 베이징 시내 교통 체증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길이 얼마나 막히면 택시도 안 잡힌다고 하네요. 차가 막히면 승객은 택시에서 내리고 택시는 텅텅 빈 채로 도로 위에 서있고, 또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택시가 없다고 아우성인 것이죠. 또한 택시들이 도심으로 진입을 거부하는 '승차거부' 현상도 종종 발생합니다.
오늘은 바로 ‘옥외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베이징의 심각한 도로 정체 현상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중국이 막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난 1978년 중국 베이징 차량 수는 겨우 7만7000대에 불과했습니다. 베이징 도시화가 빠르게 진척되고, 인구도 급증하면서 베이징 차량 보유대수는 지난 1997년 100만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2001년에는 200만대 돌파, 현재는 500만대를 넘어섰지요.
현재 베이징 상주인구가 2000만명에 육박한 것을 감안하면 4인 가구 당 차량을 1대씩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베이징뿐만 아니라 상하이, 광저우 등 다른 도시 상황도 비슷한 것을 살펴보면 중국이 지난 2009년 총 판매량 1365만대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자동차 수량이 증가하면서 각종 문제점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죠. 차량이 늘어나다보니 도로 정체 현상은 심각해지고, 주차장이 부족하니 도로변 아무데나 차를 세워 갈수록 차가 밀리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베이징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 시행하던 차량 홀짝제를 연장 실시, 현재는 차량 뒷번호제(10부제 등)를 실시해 차량 운행에 제약을 두고 있지요.
올해 초부터는 도심 교통 정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러시아워인 아침 7시~9시, 오후 5시~8시에는 외지 차량이 도심 순환로인 5환로(五環路) 내 진입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현재 베이징을 순환하는 도로는 1~6환로까지 있지요.
또한 베이징도 상하이처럼 자동차 번호판 경매제는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자동차 번호판 추첨제를 도입하고 올해 연간 차량 등록 대수를 지난 해 70만대의 3분의 1 수준인 24만대로 대폭 축소했습니다. 이밖에 시내 주차비를 올리는 등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매달 열리는 자동차 번호판 추첨 현장에는 마치 로또 현장을 방불케 하듯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도 처음 시행할 때만 잠깐 반짝 효과를 낼 뿐 베이징 교통정체 현상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이지요. 심지어 일부 돈 많은 시민들은 차량 뒷번호제 실시 이후 오히려 자동차를 추가로 더 구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정부가 자동차 운행을 제약하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고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이로 인해 최소 1% 포인트 넘게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야오징위안(姚景源) 전 중국 국가통계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등록및 운행제한은 ‘治標不治本’이라는 중국 속담 그대로 베이징 교통체증의 근원적 해결방안이 되지 못합니다. 이런 임시방편적 규제 보다는 베이징 시내 지하철 구간을 확대하고 시내버스를 늘리는 등 대중교통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인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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