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부틀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사는 14일(현지시간) "내년과 내후년 미 경제성장률은 각각 1.5%, 2.0%에 그칠 것"이라며 "미 경제가 향후 수년 사이 다시 침체로 빠질 위험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 버블 붕괴 후 가계는 부채를 줄이는 데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부채축소(디레버리징) 노력이 계속되는 한 소비 증가세는 향후 2~3년간 매우 미약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가 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로 가장 높다.
미 경제에서 그나마 전망이 가장 밝은 기업들의 투자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부틀은 금융시장의 혼란이 기업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향후 투자 규모가 급감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수요의 약세로 수출이 국내 수요 감소분을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도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제안한 일자리 창출 법안으로 미 경제가 추가 침체를 피해도 실업률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추가 부양카드로 거론되고 있는 오퍼레이션트위스트에 대해서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약간 낮출 수는 있겠지만 차입 금리가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대한 효과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오퍼레이션트위스트는 연준이 보유한 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채를 사들이는 것이다.
그는 "가계는 더 이상 차입할 입장이 아닐 뿐더러 차입 금리가 낮아진 것을 이용해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상환할 처지도 아니다"며 "기업도 차입 비용과 상관 없이 투자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관론은 일반인들 사이에도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시장조사업체 셀저앤드코에 의뢰해 진행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 '미 경제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72%에 달했다. 반면 '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지난 9~12일 미국 성인 997명을 상대로 실시됐다.
블룸버그는 미 경제가 상반기 약한 성장세를 보인 데다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부상하면서 비관적인 시각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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