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정부와 발전사들은 초가을에 접어들자 전력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정비를 위해 발전소 가동을 많이 멈춘 것으로 드러났다. ‘안이한 판단’으로 시민 불편과 산업 피해를 유발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또 사상 처음으로 전력예비력 확보를 위해 전국적으로 제한 송전을 실시하면서 일부 수요처에 단전 사실을 예고하치 않는 등 사전공지 소홀 책임론도 일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15일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전력예비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오후 3시부터 30분 단위로 지역별 순환정전에 들어갔다.
순환정전은 예비전력이 400만㎾ 밑으로 떨어지면 지역별 우선순위 등을 정한 매뉴얼에 따라 전력공급을 순차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다.
이에 따라 강남, 송파, 서초, 영등포, 종로구 등 서울시내와 수도권 등 기타 지역 도심 및 농촌지역 곳곳에서 초유의 예고없는 정전 사태가 빚어졌다.
강원 등 일부 지방에서는 10만 가구 이상 정전을 겪고, 은행업무가 차질을 빚는가 하면 휴대전화도 한때 먹통이 되는 일도 생겼다.
트위터 등 SNS 사이트에 따르면 주택가와 상점가, 공공시설을 가리지 않고 전기가 끊겼고 거리에서는 교통 신호등마저 불이 들어오지 않아 혼란이 가중됐다.
예기치 않은 정전으로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시민들의 구조 요청이 수백건이나 접수되는가 하면 유통업체 매장, 건설현장, 일반 사무실 등 곳곳에서 영업활동과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다.
또 일부 중소, 중견기업들도 정전에 따른 가동중단과 생산차질을 겪었으나 비상시에 대비해 자가발전 체제를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에너지,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은 별다른 정전 피해를 겪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전을 사전에 공지치 않아 피해가 증폭된 점에 대해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미리 경고를 해주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는 오후 8시 이후 지역별 순환정전을 중단하면 전력 공급이 정상화 될 전망이라고 밝히고 “현재 계획예방정비중인 발전기 중 일부를 순차 가동하고 수요자원시장을 개설하며, 430만㎾의 양수발전을 가동할 예정이어서 오늘 같은 수급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력공급능력이 떨어진 것은 무엇보다 하절기 전력수급기간(6월27일-9월9일)을 지난 상태여서 발전기 계획예방정비(834만㎾)가 시행됐기 때문이라고 전력거래소는 해명했다.
이와 관련, 지경부 관계자는 “오늘 전력피크로 6천400만㎾의 수요를 예상했지만 6천726만㎾가 몰렸다”면서 “여름철이 다 지났기 때문에 겨울철에 대비해 정비에 들어간 발전소가 많았는데, 이처럼 오늘 예상보다 수요가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후 현재 원자력발전과 화력발전 등 모든 발전기를 통틀어 고장 기수가 2개, 예방정비 기수는 23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력거래소와 한전은 이런 상황에서 오후 3시를 기해 전력예비력이 안정 유지수준인 400만㎾ 이하로 떨어지자 95만㎾의 자율절전과 89만㎾의 직접부하제어를 시행했고, 이후에도 수요 증가로 400만㎾를 회복하지 못하자 지역별 순환단전에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오후 4시35분 현재 전력공급능력 6천671만㎾에 전력수요는 6천260만㎾으로 정리되면서 예비력과 예비율은 411만㎾, 6.6%로 회복됐다.
한편 자율절전은 한전과 수용가가 미리 계약을 맺고 수용가가 자율적으로 전력소비를 줄이는 것이며, 직접부하제어는 한전이 미리 계약을 맺은 수용가의 전력공급을 줄이는 것이다.
지역별 순환정전은 이들 두 가지 조치로 예비력 400만㎾가 유지되지 않을 경우 시행하는데 전국적인 제한 송전을 의미하는 이런 조치를 단행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경부 등 정부당국과 전력거래소, 한전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전력공급 안정이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특히 필요시 정비에 들어간 발전소 가동을 재개하는 등 전력 공급능력을 끌어올려 수급 불안을 없애고 공급 상황을 정상화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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