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랴오닝성 다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가 “중국이 ‘조건적으로’ 유로존 국채 매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향을 밝혔다. 이어 15일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부총리도 “중국은 유로존 경제 회복에 자신이 있다”며 “향후 유럽과의 무역과 투자를 확대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중국 내 전문가들 간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궈수칭(郭樹淸) 중국 건설은행 회장은 “모두들 전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과대 평가하고 있다”며 “중국은 세계 경제를 위기에서 구해 줄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융딩젠(永定堅) 전 중국 런민(人民)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은 “중국은 위기가 발생한 일부 유럽국가를 지원해서는 안된다”며 유로존 내부에서도 향후 계획에 대한 이견이 모아지지 않은 만큼 중국은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융 전 위원은 “중국은 위기가 닥친 국가를 최종적으로 구제해주는 구원투수가 아니다”며 “이미 미국 채권 문제로 위기에 빠진 중국이 또 다시 유로존 채권 문제로 위기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런민은행의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이자 칭화(淸華)대 경제관리학원 교수인 리다오쿠이(李稻葵) 역시 14일 “유럽의 국채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국은 맹목적으로 이탈리아 채권을 매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의 한 은행 고위층 관계자는 중국은 어쩔 수 없이 유로존 채권을 구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유럽 국가를 구제하는 것이 바로 스스로를 구제하는 길”이라며 “이미 중국은 이들 국가에 발목을 잡힌 꼴”이라고 지적했다.
장샤오창(張曉强)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도 “중국은 신용위기에 처한 국가의 채권을 사들여 이들 국가를 구원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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