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16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남경필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지 않고 구두로 상정을 선언했다.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남 위원장이 직권상정을 강행하려 하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위원장석으로 몰려나와 마이크를 치우면서 상정 저지에 나섰다.
여야 의원들이 직접 몸싸움을 벌이는 극한 상황은 피했지만 상정 여부를 놓고 승강이가 이어지자 남 위원장은 오후 4시58분 책상 옆에 놓인 의사봉을 쥐지 않고 구두로 상정을 선언했다.
국회의 주요 의사일정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게 관행이었던 데다 당시 야당 의원들이 의사봉까지 빼앗지는 않았던 만큼 남 위원장의 전격적인 구두 상정은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남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사봉을 잡을 경우 여야간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말로 상정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봉으로 두드리는 행위 자체가 야당의 반발을 더욱 키워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할 수 있어 구두상정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의사봉을 사용하지 않은 사례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6월에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을 놓고 야당 의원들이 표결을 거부하고 의사봉을 빼앗자 당시 한선교(한나라당) 소위원장이 의사봉없이 인상안 가결을 선언했다.
이어진 문방위 전체회의에서도 전재희(한나라당) 문방위원장이 의사봉 대신 손바닥으로 책상을 두드리면서 상정을 강행했다.
17대 국회 때인 2004년 12월에는 법제사법위원회 열린우리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손바닥과 국회법 책자로 책상을 두드려 국가보안법 폐지법안 등을 상정한 바 있다.
국회 의사과 관계자는 "국회법에 의사봉에 관련된 규정은 없고, 의장석에서 선포하면 법적 효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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