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범여권 후보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함에 따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나경원 최고위원과의 대결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 전 처장은 1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도ㆍ보수 세력을 아우르는 동시에 헌법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시민세력을 대표하는 차원에서 선거에 나설 생각"이라며 "한나라당에 들어가는 것은 한나라당도 나도 죽는 길로, 범여권 후보 단일화 논의에는 응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내 후보들과 직접적으로 경선을 치르기보다는 다른 방식의 선출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 지도부도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정고시 출신에 경실련 등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했고 정부 각료를 지낸 사람으로 시장후보로서 상당히 적합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당내 경선 여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이 전 처장 등 외부인사가 당으로 들어와서 경선을 하면 후보가 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는 찬반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계파별로도 입장이 달랐다.
한 친박계 의원은 "시민들의 생활 구석구석을 다뤘던 경실련에서 활동한 데다 법제처장을 지낸 경력에서 별 흠결은 없다"고 평가했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인재 영입은 좋지만 중요한 건 이 전 처장이 입당하는 것"이라며 "입당도 하지 않겠다는 사람에 대해 당 후보가 될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은 문제다. 이런 부분까지 민주당을 따라 하는 것은 우습다"고 비판했다.
한 친이계 의원도 "이 전 처장을 아는 서울시민이 얼마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서울지역 소속의 정몽준 전 대표와 안형환 진성호 강승규 의원 등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이 전 처장 영입을 추진 중인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을 만나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 의원은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는 야당을 비난해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냐"며 "정당정치 근간이 훼손된다"고 비판했다.
당내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는 나경원 최고위원도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이 야당을 따라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당내 경선을 한 뒤 외부 인사와 또 경선을 치르는 `투트랙' 방식으로 가는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나 최고위원은 당 내외의 후보들이 한꺼번에 참여하는 `원샷' 경선을 주장해왔다.
한 측근은 "당 지도부가 당 밖의 인사를 위해 (당내 인사가) 들러리를 서는 경선을 치르려 한다면 나 최고위원이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은 오는 18일 오후 공심위를 소집해 경선 실시 여부를 포함, 이 전 처장 등 외부인사 영입시 후보 선출 방식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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