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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서로 불신하는 유럽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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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9-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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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송지영 특파원) 유럽의 금융위기가 은행들간의 불신을 높여 금융기관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시장은 신용, 즉 믿음을 토대로 움직이는데 은행들 스스로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리스크를 덜기 위해 불안한 시장에서 먼저 발을 빼는 행동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유럽의 은행들은 극단적 행동은 자제하며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로 번진 금융·채무 위기에 공동 대처하는 모습이었지만, 늦게 빠지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뱅크런 위기 직전까지 몰고 가고 있다.

유럽에서 뱅크런은 2008년에 실제 발생했지만 지금은 기관간 초단기 자금시장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이 사태가 발전되면 대중들이 은행으로 달려가 현금을 대거 인출하는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유럽의 주요 금융기관들은 하루짜리(오버나이트) 단기 대출시장에 대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에 미국 금융권도 자칫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로 지난주부터 유럽 은행에 현금을 예치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사태를 방치하면 시장에 자금 흐름이 경색되고, 더 심각해지면 최악의 경우 자금 고갈 상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ECB)이 단기자금 공급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이후 금융 당국은 오버나이트 자금에 대해 보증 어음을 발행해 왔지만, 최근 들어 유럽의 금융 정세가 극도로 불안해지면서 시장 주체들이 서로 믿지 않는 사태로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나 재부무처럼 최종 보증 주체가 없다는 게 유럽 시장의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프랑스의 대표적인 두 은행의 신용 등급을 내린 것은 유럽 은행들이 현재 얼마나 취약한 상태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무디스는 소시에테제네랄과 크레디트아그리콜의 신용등급을 내렸고,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여부를 심사 중이다.

프랑스 은행들이 이처럼 굴욕을 당한 데는 최근 흔들리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물린 빚이 무려 3900억 유로(5400억 달러)나 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전체가 이들 국가들에 빌려준 돈은 총 886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프랑스 은행들은 미국 은행에 비해 전체 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약 4분의1 정도밖에 되지 않아 한번 흔들리면 걷잡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살아나지 않고 있는 미국 경제와 함께 유럽에 드리운 이같은 금융위기가 어떻게 귀결될지 시장 관계자들은 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최근 유럽을 방문하고 상호 협조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15일 ECB가 연준의 힘을 빌어 유럽 은행들이 달러를 빌릴 수 있게 한 것도 두 지역의 위기 대처 공조로 볼 수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지역에 결국은 미국이 최종 대부자 역할을 자처한 셈이지만, 미국 경제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얼마나 오래 이 공조가 지속될지 의문이다. 세계 금융 시장에 드리운 두터운 그림자가 언제 걷힐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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