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유럽 재정위기 해소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날부터 이틀간 폴란드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경제·재무이사회·ECOFIN)는 별 소득 없이 끝났다. EU 27개국 재무장관들은 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금융거래세(토빈세) 도입,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규모 확대, 그리스 2차 지원 조건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4400억 유로(6010억 달러) 규모인 EFSF를 늘리기 위한 금융거래세 도입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는 찬성했지만, 미국과 영국은 시장왜곡 가능성과 실효성을 문제삼아 반대했다. 그리스 2차 지원 조건으로 논의돼 온 핀란드에 대한 담보제공 문제도 논의에 그쳤다.
특히 그리스에 대한 2차 지원안에 포함된 민간채권단의 그리스 국채 교환 프로그램(PSI) 참여율이 75%를 밑돌아 목표치인 90%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가이트너 장관의 EFSF 확대 제안에 대한 반응도 싸늘했다. 그는 EFSF를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실시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인 기간자산담보대출(TALF)과 비슷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가이트너는 특히 "유럽 국가들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해체 위기를 맞아 유럽중앙은행(ECB)과 좀 더 긴밀히 움직여야 한다"며 유로존 최대 경제국 독일이 나서 역내 경기부양을 주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EU 재무장관들은 오히려 불쾌하다는 반응이었다. 옌스 바이드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재정위기국들이 중앙은행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EU의 법에 어긋난다"며 EFSF 규모 확대 가능성을 일축했고, 마리아 펙테르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미국의 펀더멘털이 유로존보다 훨씬 나빠지고 있는 데 미국이 유럽에 조언하는 것은 듣기 거북했다"고 말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유로존 비회원국(미국)과 구제금융 확대에 대해 세부적인 토론을 하는 것을 유럽 관리들은 좋아하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18일 가이트너의 폴란드 방문은 미국 금융 관료들의 위상이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금융 관료들은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구원자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죄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NYT는 유럽이 가이트너 장관의 훈수에 냉담하게 반응한 데는 미국에 굳이 재정적으로 기댈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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