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안철수 신드롬’과 함께 야권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박원순 변호사에 이어 한나라당에서도 시민사회의 대표적 여권 인사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대항마로 부상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두 사람 모두 정당에 들어가 후보경선을 치르는 방식이 아닌 시민사회의 대표격으로서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당은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전 법제처장은 18일 “어떤 방식으로든 한나라당 내에서 선출되는 후보는 본선에서 이길 경쟁력, 시민을 설득할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며 한나라당 안에서 경선을 통해 출마하지 않을 뜻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당 대 당 대결이라는 전통적 틀에서 이미 벗어났다”며 “정당을 포괄한 시민사회 시민세력 간 대결”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성향의 후보로서 범 여권 후보로 출마는 하겠지만 당이 주장하고 있는 ‘선(先)입당 후(後)출마’에는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이 전 처장은 “‘지더라도 당당히 당 후보를 내자‘는 것은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 정치권의 행태가 변해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과 시대 흐름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현 민심이 당에서 멀어졌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당 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나경원 최고위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 뚜렷한 입장표명 없이 고민을 거듭하며 이번 선거에서 당내 인사로서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있다.
이날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하고, 천주교 서소문 순교성지에서 정진석 추기경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하며 대외 행보를 넓히기 시작한 나 최고위원은 “나라의 미래, 당의 미래를 위해서 해야 할 역할이 있으면 언제든지 헌신하고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며 출마여부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지난 16일 서울시장 예비후보에 등록한 박 변호사 역시 “선거 이전에 야권의 ‘혁신과 통합’이 이뤄지는 경우가 아니면 민주당에 입당할 일 은 없을 것”이라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상황이다.
박영선 전 정책위의장, 신계륜 전 의원, 천정배 최고위원, 추미애 의원(가나다순)이 출사표를 내던진 민주당은 본격적인 바람몰이를 통해 ‘안철수 신드롬’을 바탕으로 서울시장 선거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박 변호사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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