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천추의 한
2001년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 때 이안 우즈넘은 백 속에 15개의 클럽이 있다는 것을 2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서야 알았다. 경기 전 드라이버 2개를 가지고 시타를 하다가 그만 2개 모두 백 속에 넣어버렸던 것. 캐디 잘못이 크지만 선수 본인도 출발할 때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다. 대회장인 로열 리덤&세인트 앤스GC의 첫 홀이 파3홀이어서 드라이버를 뺄 기회가 없었던 점도 불운이었다. 선두 다툼을 벌이던 우즈넘은 2벌타를 받았고, 데이비드 듀발에게 4타 뒤진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1991년 마스터스에 이어 두 번째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천추의 한이 됐을 법하다.
◆박세리도 16개 들고 나가
2003년 제주 핀크스CC에서 열린 한·일여자골프대항전 첫날 매치플레이에서 박세리가 16개의 클럽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 4번홀 플레이도중에 발견됐다. 매치플레이여서 박세리는 ‘2홀의 패’를 받았고 결국 일본 선수에게 졌다.
‘베테랑’ 강욱순도 클럽 초과보유로 벌타를 받았다. 2009년 스카이72CC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 때의 일. 강욱순은 첫날 14번홀(파5)에서 티샷을 하려고 스푼을 꺼내는 순간 헤드커버 밑에서 웨지 하나가 딸려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웨지는 처음 보는 것이었고, 그 순간 자신의 총 클럽수는 15개가 돼버렸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세어보니 15개였다. 10번홀에서 출발한 강욱순은 그 웨지가 남의 것이라도 자신의 골프백속에 있어서 클럽수가 15개가 됐기 때문에 4벌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강욱순은 그 4벌타 탓에 2언더파를 치고도 2오버파 74타가 되며 리더보드에서 이름이 내려갔다.
그 웨지는 전날 프로암대회 때 그와 동반플레이를 한 아마추어가 상품으로 받아 선물한 것을 캐디가 무심코 골프백에 넣은 것이다. 강욱순은 “느낌이 이상해 오늘 아침 아내가 두 번, 그리고 경기전 내가 백을 확인했는데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짐 퓨릭도 1억6000만원 날려
2009년 미국PGA투어 바클레이스 3라운드가 열린 미국 뉴저지주 리버티내셔널GC 2번홀 그린. 짐 퓨릭이 클럽을 꺼내려고 골프백을 들여다보는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운드전 연습장에서 쓰던 60도 웨지가 들어있었고, 그의 클럽수는 한도를 초과한 15개였기 때문. 퓨릭은 동반플레이어와 경기위원한테 알린다음 그 웨지를 백에서 뺐으나 엎질러진 물이었다.
퓨릭은 1,2번홀에서 15개의 클럽을 갖고 플레이했으므로 4벌타(2벌타+2벌타)를 받아야 했다. 1,2번홀에서 파를 기록한 퓨릭은 졸지에 그 두 홀 스코어가 더블보기, 더블보기로 추락했다. 퓨릭은 그날 70타를 친끝에 4라운드합계 3언더파 281타로 공동 15위를 차지했다. 4벌타를 받지 않았더라면 공동 6위에 자리잡았을 퓨릭은 그 실수때문에 상금 13만1250달러(약 1억6400만원)를 손해봤다.
퓨릭은 “비때문에 잔디가 쓸려나간 그린 주변에서 사용할까 하고 연습했던 ‘하이 바운스’ 웨지를 깜빡 잊고 백속에 넣은 것을 나나 캐디나 몰랐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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