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개봉을 앞둔 영화 '도가니’가 벌써부터 떠들썩하다. 우리 사회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서다.
이는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한 것이다.
과거 국내 한 지방의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실제 벌어졌던 장애학생 상습 성폭행 사건과 재판 과정 등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그 지역을 '무진(霧津)'이라는 가상의 도시로 설정했다. 그 이름만큼 안개 자욱한 이 도시에서 불편한 사건이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어렵사리 교사직을 주인공 강인호(공유)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정의를 위해 힘이 센 세력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인권운동가 서우진(강유미)의 역할이 더해 진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우리 나라 사법부를 향해 신랄한 비판의 화살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피해 학생들은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자신이 가진 권력을 교묘히 이용해 집행유예와 징역 10월 등 터무니없이 가벼운 처분을 받아 국민의 공분(公憤)을 샀다.
영화 속으로 들어 가 보자.
가해자의 변호사는 지역 사회에서 부장판사직를 막 마치고 사람이다.
전관예우를 노리고 있다.
전관예우란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해 처음 맡은 소송에 대해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특혜를 일종의 관례다.
영화 초반 정의에 넘쳐 보이던 젊은 검사도 노회한 변호사가 미끼를 던지자 덥석 받아 문다.
이리저리 한직(閑職)을 떠 돌던 검사에게 로펌행을 약속한 것이 그 미끼다.
압권은 판사의 행동이다.
판사는 법원 건물에 붙어친 자유· 평등·정의의 사법부 가치를 실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 기대는 분노로 바뀌었다, 영화의 글라이막스다.
지역 사회에 공헌했다는 점을 참착해 가해자에게 솜방이 처분을 내린 것이다.
판사가 지역에서 연고에 가진 이른 바 '향판(鄕判)'이어서 지역 유지에게 중형을 내릴 수 없던 게 였다.
변호사가 판사의 대학 선배였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는 비굴한 모습의 판사의 얼굴이 자꾸 오버랩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가 국회 임명동의안을 앞두고 있다.
이 절차를 거치면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는 앞으로 6년 동안 대한민국 사법부를 이끌게 된다.
양 대법원장 후보자에게 간언드리고자 한다.
"대법원장으로서 중책을 시작하기 전에 영화 '도가니'를 꼭 한번 보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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