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사실은 주한 미대사관이 한국과 일본의 외교차관 간 협의 결과를 양측 외교관들로부터 각각 브리핑받아 기록한 2006년 3월16일자 전문에 나와 있다.
전문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006년 3월7일 도쿄에서 유명환 한국 외교통상부 차관과 만났을 때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출마와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한국의 지지 문제를 직접적으로 연계했다고 적었다.
전문에 따르면 야치 차관은 “일본은 반 장관이 자격을 충분히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차기 사무총장은 아시아 국가에서 나와야 한다고 믿는다”면서도 “일본이 유엔 안보리의 한자리를 얻는데 관심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본과 한국이 계속 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한국이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줄곧 반대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사무총장 선거전 초반 반 장관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는 입장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선거전 후반 들어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이 모두 반 후보를 밀자 일본도 그에 대한 지지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야치 차관은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을 강하게 비판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2006년 3·1절 연설 내용에 유감을 표하면서 “일본이 2차대전 후 60년 동안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한 데 대해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문에서 나타났다.
야치 차관은 또 한국과 중국이 역사 문제에서 공동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양국이 역사문제를 정치쟁점화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문에 소개됐다.
그는 이어 일본이 한국인들의 대일 감정을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일본과 한국이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